[기자수첩]여행업계, 무서운 건 날씨뿐일까

유승목 기자
2019.03.26 06:00

“지진과 태풍, 폭우…어찌할 방도가 없었던 주요 여행지의 자연재해 때문이었다.” 지난해 국내 여행사들이 실적 부진으로 부침을 겪었다. 주요 여행사 담당자들은 가라앉은 업황의 원인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이같이 답했다.

주력 사업인 패키지여행 수요가 기상상황에 민감한 만큼, 자연재해 리스크가 실적에 직격타가 됐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날씨만 문제였을까. 신통치 않은 실적을 하늘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책임도 분명해 보인다.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는 여행산업에도 적용된다. 2030 개별여행객(FIT)이 급부상하며 여행산업도 오프라인 판매 중심에서 온라인 플랫폼 경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OTA(온라인 여행사)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교통 서비스의 온라인 거래액은 16조원 규모로 매년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의류 쇼핑 시장(13조8900억원)보다 크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여행 시장은 불과 몇 년만에 외국계 OTA들의 놀이터가 됐다. 글로벌 OTA들이 막강한 자본과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해 치열하게 경쟁할 때 국내 여행사들은 사실 ‘강 건너 불 구경’을 했다. 일부 업체가 뒤늦게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시작했지만 글로벌 OTA를 상대하기엔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국내 주요 여행사들의 올해 예상 실적은 나쁘지 않다. 날씨 변덕이 없다면 패키지 여행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뒤에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늘의 도움만 바라지 말고 여행객을 사로잡는 노력부터 필요하다. 개별여행을 준비하는 젊은 여행객들의 머릿 속에서 기존 국내 유명 여행사들의 이름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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