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CJ 부회장이 CJ주식회사(지주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CJ그룹의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 작업의 일환으로 박 부회장은 향후 CJ대한통운 경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전체 인력 400여명의 절반인 200여명을 각 계열사로 배치하며 덩치를 줄인 지주사는 김홍기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등기이사 사임은 영입 2년만에 그룹 내에서 박 부회장의 입지가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이달 30일 열리는 CJ주식회사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에서 사임한다. 박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2년 3월까지로 2년이나 남아있는 상황이다. CJ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룹이 강조해 온 계열사 책임 경영 강화 원칙에 전념하기 위해 CJ주식회사 등기이사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지주사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난다. 현재 지주사는 손경식 CJ 회장, 박근희 부회장, 김홍기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업무에 집중하는 손 회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김홍기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CJ그룹은 지난해 재무악화 등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지주사 인력을 줄이는 등의 개편을 단행했다. 지주사 인력의 절반 가량을 계열사로 이동시키고 지주사 임원들을 계열사로 전진배치해 각 계열사 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박 부회장이 CJ대한통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것도 이같은 작업의 일환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박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맨 출신인 박 부회장은 2018년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CJ그룹에 영입된 이후 2019년 3월 CJ대한통운과 지주사 대표이사에 오르며 그룹내 2인자 역할을 해 와서다. 그룹 콘트롤타워로 여겨지는 지주사 직함을 내려놓을 경우 대내외 무게감이 줄어들 수 있다.
CJ 측은 이같은 시각을 부인했다. 향후에도 박 부회장은 기존처럼 CJ그룹 대외 업무를 전담하고 그룹 부회장으로서 주요 의사결정 과정도 담당한다는 설명이다. CJ 관계자는 "그룹 내 3대 축 중 하나인 CJ대한통운의 글로벌 일류 물류기업 도약을 위해 대한통운 에 집중하는 차원의 이동일 뿐"이라며 "그룹 대외 활동을 전담하는 역할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J주식회사는 박 부회장의 사임으로 최은석 CJ 총괄부사장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키로 하고 오는 30일 열리는 CJ주식회사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최 부사장은 CJ GLS 경영지원실장, CJ대한통운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현재 CJ지주사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