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의 화장품 바이췌링(Pechoin, 百雀羚), 설립 4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한 퍼펙트 다이어리, 중국판 '에뛰드하우스' Judydoll 그리고 '중국의 시세이도' 쯔란탕(Chando, 自然堂)까지…원료도 성분도 불분명한 '짝퉁 화장품'이라 무시했던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연 100%에 달하는 무서운 성장률로 K-뷰티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화장품 격전지' 중국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K-뷰티가 무섭게 성장한 C-뷰티에 밀려 추락하고 있다. 한국이 무시했던 C-뷰티 브랜드는 2016년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 이후 궈훠(중국산) 열풍에 힘입어 초고속으로 성장했고 애국심과 자부심으로 무장한 중국 Z세대를 사로잡으며 현지 화장품 시장서 돌풍을 일으켰다.
중국 뷰티시장을 8년째 분석해온 정대현 닷츠크리에이티브(DOTS creative) 대표는 "2016년 이후 등장한 Judydoll, 퍼펙트다이어리 등 신생 중국 브랜드가 중저가 시장에서 가성비와 아이디어를 앞세워 성장하면서 K-뷰티 브랜드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CHERMORE(至本), 화시즈(花西子) 등 신생 브랜드가 타오바오 즈보(直播·라이브방송) 등을 발판삼아 성장하면서 중국 Z세대를 사로잡았다"고 말한다.
이어 "C-뷰티의 공세 속 중저가 K-뷰티 브랜드숍은 중국 내 입지를 상실했다"며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는 지난 3월 중국 내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K-뷰티가 중국에서 입지를 잃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의 13%를 차지해 미국(18%)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1인당 화장품 지출 금액은 연 50달러 수준으로 미국(연 282달러) 대비 낮아 잠재력이 매우 크다. 중국 시장은 로레알 등 외국계가 장악했으나 최근 3년간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 추격이 매섭다. 스킨케어에서 바이췌링, 쯔란탕, 칸스 등이, 색조에서 퍼펙트다이어리가 티몰 등 온라인 채널을 타고 고속 성장 중이다.
30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K-뷰티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권 내에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가 8개, C-뷰티 브랜드인 바이췌링과 자연당이 각각 4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K-뷰티 브랜드 중에는 LG생활건강의 후가 14위, 이니스프리가 17위로 모두 10위권 밖이다.
바이췌링, 자연당, 퍼펙트다이어리 모두 한국에서 생소한 브랜드다. 이들은 최근 5년간 중국에서 화장품 돌풍을 일으키며 무섭게 성장했다. 2016년 이전까지는 중국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한한령 이후 K-뷰티와 한류가 영향력을 빠르게 상실하자 중국 현지에서 궈훠의 열풍이 불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고성장으로 대중국 화장품 수출이 늘었지만 중국 내 입지는 오히려 좁아졌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스킨케어 화장품 국가별 수입규모는 2018년 한국이 1위(25억4100만 달러)로 수입 증가율 72.1%에 달했다. 하지만 2019년 일본이 29억6400만 달러로 한국을 누르고 수입국 1위로 등극했고 2020년 한국은 3위로 밀려났다. 특히 2020년 수입증가율이 일본과 프랑스가 각각 38.6%, 48.8%를 기록했는데 한국 화장품은 7.6%에 그쳤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2018년까지 중국에서 K-뷰티가 수입 1위 브랜드 자리를 유지했으나 이후 유럽과 일본 브랜드에 점점 밀리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한한령 이전부터 화장품 산업 발전을 위해 K-뷰티의 기술력을 도입하고 연구원을 영입하는 등 화장품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고 분석했다.
중저가 시장에서 C-뷰티에 밀린 K-뷰티는 고가 화장품 시장에서는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 글로벌 브랜드에 밀리며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정대현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은 K-뷰티 브랜드는 설화수, 후 등 중고가 브랜드가 대다수이고 중저가 브랜드는 철수하는 분위기"라며 "K-뷰티 브랜드는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로컬 브랜드에 밀리고, 고가 시장에서는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 랑콤, 라메르나 기술력을 인정받는 일본의 시세이도 등에 밀리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