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수) 1억명 시대를 준비해나가겠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17일 올해 상반기 여객 실적이 개항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이같은 목표를 내놨다. 실제로 지난 1∼6월 인천공항 여객은 363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동기 대비 2.3%,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어난 수치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공항공사는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증가한 1조34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16.2% 급증한 비항공분야 매출(8588억원)이 이를 견인했단게 공사측 분석이다. 이 비항공분야 매출에 기여하는 항목 중 대표적인게 면세점 임대료다.
살아난 여행 수요에 활기를 띠고 있는 인천공항과 달리 면세점업계의 상황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지난해 인천공항 이용객은 코로나 사태 이전(2019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면세점업계의 매출은 그때와 비교해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K면세산업을 이끌고 있는 신라·롯데·신세계·현대면세점 등 4개 업체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776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역대급이었던 전년에 비해 적자폭을 크게 줄였지만 상반기 기준으로 신라(-163억원)·신세계(-38억원)·현대(-32억원) 등 3개 업체의 영업손실만 230억원을 넘었다.
업계에선 고정임대료가 아니라 객당수수료(여객수 연동)로 임대료가 부과되는 인두세 방식이 도입되면서 늘어난 여객수가 오히려 면세점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CJ올리브영과 다이소, 편의점, 백화점 등이 중심이 된 시내 관광으로 눈을 돌리면서 임대료 부담만 늘고,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의 경우 코로나 이전 대비 40% 안팎으로 급감해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지 못했단 설명이다. 오죽하면 2023년 7월경 입찰 경쟁에서 밀려 인천공항에서 매장을 뺀 롯데만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것을 두고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됐단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올까.
이에 신라·신세계는 법원에 임대료를 40% 인하해달라고 조정 신청을 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배임죄 우려에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임대료를 깎아주는게 재입찰로 인해 더 낮은 임대료를 받는 것보다 이익이 될 것이란 법원의 판단에도 귀를 닫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2000억원 가까운 위약금에도 신라·신세계의 면세사업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결국 국가 산업과 국민 후생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단 것이다. 오랜 기간 매출 기준 세계 1위를 유지하며 효자 노릇을 해온 우리 면세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그간 대대적인 지원으로 성장해온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 등에 밀려나가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라·신세계가 빠진 인천공항의 면세점 사업권을 직전 입찰 때 참여했던 CDFG 등 해외 업체가 가져갈 경우 국부는 물론 우리 국민들의 개인 정보마저 유출될 수 있다. 최근 우리 산업계와 분위기가 비슷한 싱가포르를 비롯해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공항들이 임대료 인하 등에 나서고 있는 점은 인천공항공사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TV시청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매년 증가하고 있는 송출수수료 때문에 산업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홈쇼핑업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CJ온스타일·GS샵·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쇼핑 등 국내 TV홈쇼핑 7개사가 유료방송사에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1조9374억원으로 전체 방송 매출 가운데 73.3%에 이른다. 100원 벌면 73원을 수수료로 내고 있는 셈이다. 이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긴 어렵단게 업체 관계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다. 당장 현장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대료와 수수료 등을 전면적으로 손본 뒤 관련 산업의 숨통을 트여줄 묘수를 찾는게 민생과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서둘러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