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이하 C뷰티)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성분·기술력 중심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저가 이미지를 벗고 중·고가 기능성 시장까지 점유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 화장품 산업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만큼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화장품은 자국 내 시장을 넘어 한국·동남아 등 주변 시장까지 영향권을 넓히고 있다. 플라워노즈와 구위(谷雨), 위노나 등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중국 감성(zhongdang)'이라는 소비 코드를 만들어냈고, 한국 내에서도 Z세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성수동 일대에 마련된 플라워노즈 팝업스토어(임시매장)에 입장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던 현상은 C뷰티의 확장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중국 내에서도 로컬 브랜드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기능성 스킨케어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야(Proya)는 성분 기술을 차별화하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고, 위노나·커푸메이 등은 피부 장벽·재조합 콜라겐 등 기능성 영역을 집중 공략하며 소비자 신뢰를 확보했다. 이러한 기술 기반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은 할인 중심의 경쟁 구조에서 벗어나 성능·연구개발(R&D) 중심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광군제 역시 이러한 변화를 확인시킨 사례다. 올해 티몰 뷰티 상위권에 중국 브랜드가 다수 포진했고,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는 구도 역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C뷰티는 더 이상 저가 브랜드가 아니라 기술 중심으로 진화한 카테고리"라며 "광군제는 단순 매출 이벤트가 아니라 중국 로컬 브랜드가 시장 주도권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지부진한 경기 속에서도 C퓨어 테크 기반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확대되는 건 구조적 변화"라고도 평가했다.
C뷰티의 성장은 주변국 화장품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최근 몇 년간 중국 내 영향력이 약화된 가운데, C뷰티는 오히려 한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올 들어 중국산 화장품의 국내 수입액이 사상 처음 5000만 달러를 넘긴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 '수출국-수입국'의 일방향 구조가 양방향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C뷰티가 기술력·브랜드력·유통력까지 갖추기 시작했고, 소비자 신뢰 또한 빠르게 쌓이고 있어 '일시적 유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성분과 효능 중심의 가치 소비가 강화되는 흐름은 C뷰티가 갖고 있는 기술·R&D(연구개발) 기반 전략과 잘 맞물린다는 점에서 성장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경쟁 축을 형성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기존 브랜드 파워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경쟁이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