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롱패딩·목도리·털장갑까지 중무장한 사람들. 마치 스키장 입장이라도 기다리는 것 같지만 모두 '두바이쫀득쿠키'(이하 두쫀쿠)를 구매하기 위해 '두픈런'(두쫀쿠+오픈런의 합성어) 중인 풍경이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의 A베이커리 카페가 문을 열기 5분 전 옆 골목까지 30m가량 대기줄이 늘어섰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알려진 곳에서 두쫀쿠를 구매하는 건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두쫀쿠의 속 재료인 카다이프·피스타치오의 수급량이나 가게의 준비 속도에 따라 오픈 시간이 수시로 바뀐다. 기자도 여러 카페·베이커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계속 두쫀쿠 판매 시작 시간을 확인했다.
맹추위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여행 중인 일본인들도 쉴 새 없이 스마트폰으로 두쫀쿠를 검색하며 대화를 나눴다. 앞쪽에서 30분째 기다리던 20대 여성은 "여기가 다른 곳보다 더 맛있다고 해서 왔다"라며 "바삭한 식감이랑 고소한 맛이 계속 두쫀쿠를 찾게 만든다"고 말했다.
가게가 열리고 약 15분 만에 준비된 오전 수량이 모두 동나자 "아이고" "코앞인데" 같은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일부는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두바이초코빵·두바이휘낭시에 등 유사 제품을 구입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한 커플은 '두쫀쿠맵(지도)'을 켜서 다른 카페를 알아보며 인파를 빠져나갔다.
두쫀쿠는 자영업 사장님들의 효자 품목이다. 홍대 레드로드의 한 케이크 전문 B카페는 두쫀쿠와 딸기두쫀쿠를 주력 상품으로 삼으면서 매출이 2.5배 이상 늘었다. 쿠키를 굽고 주문 제작도 병행하지만 지금은 예약받을 겨를조차 없다.
진열장에도 두쫀쿠만 놓여 있었고 카페에 머물러 있던 10분 동안 오가는 손님들도 두쫀쿠만 구입했다. B카페 사장님은 "직원 한 명과 둘이서 하루 최대 200개를 만들다가 지금은 재료 수급이 잘 안되고 건강을 해칠 정도로 일이 많아 100개 정도만 만든다"며 "30분이면 준비한 오전·오후 수량이 동난다"고 했다.
오프라인이 '두픈런'이라면 온라인에서는 '두켓팅'(두쫀쿠+티켓팅)이 활발하다. 예약 수령이 가능한 곳에 최대한 빠르게 연락해서 미리 두쫀쿠를 확보해두거나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에서 대기하다가 두쫀쿠가 등록되면 재빠르게 주문한다.
다만 두쫀쿠에 치중해 기존 상품의 생산량을 줄이다 보니 나중을 걱정하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구움과자 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에그타르트를 사러 오신 단골이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며 "열풍이 지나가고 나서 손님이 다시 우리 가게를 찾지 않을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씨(28)는 최근 주말 친구들과 모여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만들기를 기획했다. 두쫀쿠 완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원재료를 구매해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들어 나눠 먹기로 한 것이다. 피스타치오를 하나하나 까고, 카다이프면을 볶아 식감을 살린 뒤 마시멜로와 초콜릿을 섞는 전 과정을 각자 역할을 맡아 진행했다. 반나절 동안 이어진 작업 끝에 두쫀쿠 40개가 완성됐다.
박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먹어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막상 만들어 보니 손이 정말 많이 갔다"며 "그래도 여럿이 모여 수다를 떨며 하다 보니 힘들기보다 이벤트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두바이 초콜릿에서 시작된 두쫀쿠 인기가 이어지면서 완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직접 만들어 나눠 먹는 소비 방식이 등장했다.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과 노동이 필요한 디저트란 점에서 혼자 소량으로 만들기보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한 번에 제작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두쫀쿠 김장'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두쫀쿠는 피스타치오 손질, 카다이프면 조리, 재료 배합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완성된다. 조리 난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온라인상에선 제작 순서와 주의점을 공유하는 글도 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재료 구매 단계부터 역할을 나누거나 아예 제작 날짜를 정해 모임 형태로 진행한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이같은 흐름이 더욱 잘 보인다. 인스타그램 기준 20일 현재 '#두바이쫀득쿠키' 해시태그 게시물은 7만2000여 개, '#두쫀쿠' 해시태그는 6만2000여개 를 넘어섰다. 완성된 쿠키 사진부터 제작 과정, 대량 생산 장면, 실패와 재도전 후기를 담은 사진도 있었다. #두쫀쿠만들기' '#두쫀쿠김장' 등 제작 과정에 초점을 맞춘 해시태그도 함께 증가하며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온라인상의 관심은 오프라인 체험으로도 이어진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두쫀쿠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가 잇따라 개설됐다. 네이버 등 예약 플랫폼에선 잠실·홍대·송파·수원·부천 등에서 열리는 클라스를 확인할 수 있다. 수업 한번에 여러 개의 두쫀쿠를 직접 만들어 가져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참가비는 대체로 2만~8만원대다. 입소문이 난 클래스의 주말 일정은 순식간에 마감된다.
두쫀쿠는 피스타치오, 카다이프면 등 수입 재료를 사용해 완제품 기준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두쫀쿠 김장족은 재료를 공동 구매해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던다. 무엇보다 제작 경험과 참여 자체가 소비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전문가들은 두쫀쿠 김장 현상을 최근 소비 방식 변화의 단면으로 본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로운 디저트가 등장과 소비자가 제작 과정에 참여하려는 흐름이 결합된 사례"라며 "완성된 상품을 구매하는 데서 벗어나 만들고 체험하는 과정 자체를 소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스타치오 등 고급 수입 재료를 사용하는 두쫀쿠는 '스몰 럭셔리 디저트'로 분류되지만 MZ세대는 고가 소비로 인식하지 않는다"며 "재료를 함께 준비하고, 만들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비용 부담을 나누는 동시에 경험과 관계를 함께 소비하는 특징이 나타난다"고 부연했다. 이어 "제작 과정이 콘텐츠로 기록되고 공유되면서 음식 소비를 넘어 사회적 활동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라며 "디저트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투자비 크게 안 드는데 인기 폭발이면 당연히 해야죠. 지금은 뭐라도 팔아야 할 때 입니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글이다. 본업과 무관하게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를 만들어 파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는 한 사장의 하소연에 달린 댓글이다. 실제 두쫀쿠 열풍에 디저트 카페는 물론 본업과는 무관한 이불집, 닭발집에서도 직접 만들어 파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서울 양천구 염창역 인근 이불집 전면에 '두바이쫀득쿠키 안에 있어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사진이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서울 금호동의 한 닭발집 역시 두쫀쿠를 판매한다고 당근마켓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중식, 일식 등 정통요리를 비롯해 국밥, 돈가스, 곱창, 장어 등 각종 외식업종 뿐 아니라 철물점같은 이종 자영업자까지 두쫀쿠 열풍에 올라타는 모양새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쫀쿠 열풍은 고사 직전에 내몰린 국내 자영업자들의 고단한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경기 불황 속 줄폐업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이 유행 아이템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행한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전환과 정책적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폐업자 수는 2019년 85만3000명에서 2023년 91만1000명, 2024년 92만5000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경기불황과 시장 포화로 성장의 벽에 부딪혔던 식품기업들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은 두쫀쿠를 필두로 한 신규 트렌드에 편승해 반짝 특수 잡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출시한 카다이프 쫀득볼에 이어 새로운 두바이식 디저트 '두바이식 카다이크 뚱카롱'을 선보였다. 점포 당 주문 물량을 제한하는 등 두바이 디저트 인기에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두바이 관련 제품을 속속 출시하는 것이다.
제품 품귀현상에 원재료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 CU는 지난 19일 '두바이식 초코 쿠키' 가격을 종전 3600원에서 4300원으로 700원(19.4%) 올렸다. '두바이 쫀득 마카롱'은 기존 3200원에서 3700원으로 500원(15.6%), '두바이 쫀득 찹쌀떡'은 3100원에서 3500원으로 400원(12.9%) 인상했다. 실제 두쫀쿠의 주요 재료인 볶은 카다이프 가격은 5kg 기준 유행 전 4만~7만원대에서 최근 14만원대까지 올랐다. 탈각 피스타치오 가격은 1kg당 4만원대에서 10만원대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트렌드 유효기간이다. 앞서 탕후루 열풍 처럼 우후죽순 생겨났던 프랜차이즈들이 유행이 사그라들자마자 줄폐업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두쫀쿠 열풍은 프랜차이즈화보단 개별 자영업자들이 기존 판매 제품에 두쫀쿠를 얹어 파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식품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졌다. SNS를 타고 확산되는 새롭고 특이한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커졌지만 유행의 생명력이 워낙 짧아 제품 개발과 투자에 나서기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개발 주기를 단축하거나 SNS 참여형 콘텐츠로 이용자 참여를 늘리는 등 트렌드 뒷북을 피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다. 두쫀쿠 유사 제품을 출시한 한 기업 관계자는 "트렌드성 제품은 기획단계부터 출시까지 통상 수개월 내 짧은 기간 내 진행된다"면서도 "단순 유행 보다는 실제 매장에서 구현 가능하고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점점 트렌드가 빨라지다보니 출시 결정에 애를 먹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