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영업규제 14년, 위기의 대형마트]③온라인 vs 오프라인 구조로 바뀐 유통 시장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정작 정책의 핵심 목표였던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소비는 온라인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22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한 지역에선 대형마트 매출이 증가했지만 전통시장 매출 감소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온라인 소비가 2.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KDI는 의무휴업이 완화되자 온라인으로 이동했던 소비 일부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왔지만 전통시장으로의 소비 이전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유통시장 경쟁 구도가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에서 '오프라인 대 온라인'으로 바뀐 만큼 현행 규제의 실효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의 온·오프라인 소비지출 변화'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서울시 카드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의무휴업일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소비는 감소했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줄어든 소비는 상당 부분 이커머스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마트를 규제해도 소비가 전통시장으로 이동하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의미다.
실제 소비 환경은 2012년 제도가 도입될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당시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같은 소비자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였지만 지금은 쿠팡과 네이버쇼핑, 컬리 등 이커머스가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소비자들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을 찾기보다 모바일로 장을 보는 데 익숙해졌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끼리 경쟁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 전체가 온라인과 경쟁하는 구도로 바뀐 셈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단순한 경쟁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마트가 지역 생활상권의 집객시설 역할을 하면서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인근 전통시장과 음식점, 소규모 점포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상권 전체 유동인구가 줄어 전통시장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방 점포는 마트만 찾는 고객보다 주변 시장과 식당을 함께 이용하는 고객이 더 많다"며 "의무휴업일에는 마트뿐 아니라 상권 전체에 사람이 줄면서 시장 상인들도 '평소보다 손님이 확실히 적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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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통시장 보호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규제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편의를 제한하는 영업규제보다 시설 현대화와 주차환경 개선, 디지털 전환, 온라인 판로 확대 등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4년 전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했다면 지금은 둘 다 온라인과 경쟁하는 처지"라며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대형마트를 묶어두기보다 소비자가 시장을 찾을 이유를 만드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