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영업규제 14년, 위기의 대형마트]②최고 호황기 만든 의무휴업일, 이젠 역차별 규제로

"'쿠팡만 키웠다'거나 '전통시장·골목상권을 살리는데 역효과가 났다'는 이야기가 부쩍 들린다. 10여년 전 시장 환경을 기준으로 만든 규제를 오늘날 소비 여건에 맞게 다시 점검해야 한다"
대통령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인 박용진 전 의원은 최근 SNS(사회관계서비스망)에 대형마트의 주말 의무휴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여권에서 대형마트 규제 강화 입법안을 추진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이 말대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된 2010년은 대형마트의 최고 전성기였다. 국내 유통업 총매출의 절반 이상을 끌어왔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생존을 위협하는 '포식자'로 인식됐다. 이런 이유로 월 2회 일요일에 마트 문을 닫는 건 상생과 근로자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선의의 정책'으로 여겨졌고, 영업 여력이 있었던 업계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4년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본격적으로 유통 시장에 진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커머스는 특유의 편리함과 배송 경쟁력을 앞세워 대형마트 장보기 수요를 위협했다.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은 판세 역전의 결정타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매장을 찾은 고객 수가 급감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3040대 고객들은 주말에 차를 끌고 마트를 찾아 물건을 고르고 직접 계산대에서 결제하는 수고로움보단 이커머스를 선택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며 "대형마트는 이제 순수 장보기 채널로 승부하기엔 역부족이고, 가족과 여가 시간을 보내는 복합쇼핑몰로 운영 구조를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휴일로 지정하되, 지역 이해당사자가 합의한 경우 조례를 개정해서 지자체장이 평일로 변경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시행돼 올해 14년째를 맞은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일 규제는 12년간 매월 2, 4회 일요일로 운영했다가 2023년 대구시를 시작으로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 등 4개구, 부산, 청주 산하 시군 등 전국 약 80개 기초지자체에서 평일로 전환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지역에서 대형마트 매출은 증가했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뚜렷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주말 소비 집중도와 온라인 소비 비중 등을 고려해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26.05.21.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1816244920869_2.jpg)
현재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3대 대형마트 업체가 운영하는 전국 351개 점포 중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이 아닌 평일 등 지정 요일로 월 2회 휴점하는 점포는 133개로 파악된다. 경영난이 가중된 홈플러스의 폐점 점포가 늘어나면 평일 휴점 점포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는 이제 대형마트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 이 규제만 걷어내더라도 업황 침체의 파고를 견딜 원동력이 될 수 있어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초 긴급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의무휴업일 규제로 연간 약 1조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기준을 3사로 확대하면 업계 전체 매출 손실 규모는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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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주말 의무휴업일 규제는 대형마트 업체에 심각한 매출 역효과와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한 대형마트사가 요일별 매출 지수를 분석한 결과, 일평균 매출 100을 기준으로 일요일 의무휴업이 있는 주의 토요일은 180~200까지 치솟고 의무휴업일 직후 월요일과 화요일은 매장을 찾는 발길이 급감했다. 반면 의무휴업일이 없는 주에는 월~금요일 평일 지수가 90, 토~일 주말 지수가 125 수준으로 수요가 비교적 균등하게 분산됐다.
업계에선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면 폐지되고 자율화하면 전체적으로 약 10%의 매출 신장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객 수가 적은 평일로 휴업일을 자율적으로 정하면 신선식품 폐기율을 낮추고, 인건비와 냉난방비 등도 아껴 점포 운영 효율성이 한층 개선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하지만 여권에선 소상공인단체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를 '일요일 등 휴일'로 다시 의무화하는 입법 추진 움직임도 있다. 이에 앞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외에도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으로 의무휴업일을 확대하려는 법안도 제기된 바 있지만 소비자 반발과 여론 악화로 더 진전되지 못한 전례도 있다.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자영 한국유통학회장(숭실대 교수)은 "대형마트 규제가 생겼을 당시 대중소기업의 대립 관점에서만 접근했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다"며 "이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