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영업규제 14년, 위기의 대형마트]⑤합리적인 제도 개선책은

정부와 여당은 지난 2월 고위당정청 협의에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을 개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쏠린 유통 환경 변화를 고려했다는 게 당정의 설명이었다. 지난해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쿠팡이 수습 과정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자 뒤늦게 '대항마'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민주당은 과거 야당 시절부터 대형마트 규제 강화 정책을 이어왔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고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때문에 이번 규제 완화책이 실제로 대형마트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시작한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쿠팡, 컬리 등 대형 이커머스는 밤 0시~오전 10시 영업 제한 없이 365일 쉬지 않고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돼 이 시간에 온라인 주문 배송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쿠팡 독점이 심화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게 당정의 설명이다.
이번 결정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최근 한국유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1%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도 영업규제 숨통을 틔워준 측면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국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슈퍼마켓) 점포가 약 1800개로 수도권과 지방 소도시까지 산재해서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물류 유통망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점포를 물류망으로 활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 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신규 설비투자, 인력 채용, 배송업체 추가 계약 등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더 써야한다"며 "상당 기간 손실을 감내하고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반발도 거세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가 알려진 직후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이 조치의 금지를 촉구하는 헌법 소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과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등 개혁진보 4당 의원, 소상공인 단체 회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추진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6.03.19.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1911145389626_2.jpg)
당정이 새벽배송 완화 추진에 앞서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의견을 수용해 오전 0시~4시 배송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업계에선 이번 정책 추진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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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업계에서도 새벽배송 허용보다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규제 완화가 업황 개선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란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허용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여는 의미는 있지만 실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의무휴업 규제가 풀리면 기존 점포의 영업 효율을 높일 수 있어 효과가 훨씬 빠르고 수익성 회복에 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2~3배 높은 점포가 많다"며 "의무휴업일을 자율화하면 한 달에 3~4영업일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확장보단 점포 근접성을 활용해 주문 1~2시간 이내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퀵커머스나 당일배송 등으로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도 변화된 유통 사업 환경을 고려한 합리적인 제도 개선책을 주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전통시장으로 갈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를 풀어 소비자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서 상권 유동 인구를 늘리면 전통시장도 들릴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전통시장 상권을 살리려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보단 배달 경쟁력 강화, 지역화폐 확대 등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기 위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