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대화를 통해 적합한 일자리를 추천하고 지원까지 돕는 '비서'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구직자의 선택과 행동에까지 영향을 주는 'AI 에이전트'로 채용 플랫폼이 취업 전선에 더 깊게 관여하는 모습이다.
5일 채용업계에 따르면 사람인은 최근 '커리어 매칭 에이전트'를 출시하고 구직자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공고 추천부터 취업 전략까지 제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별도 검색 조건을 입력하지 않아도 "스톡옵션 주는 기업 알려줘"와 같은 대화만으로 맞춤 공고를 추천받고 이력서 적합도와 강·약점까지 분석할 수 있다.
구직자와의 접점을 높이기 위해 사람인은 카카오와 협력해 'ChatGPT for kakao'에 자사 서비스를 연동하기로 했다. 메신저가 대화형 소통에 강점을 가진 만큼 취업 정보 탐색과 추천을 일상 대화 환경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잡코리아 또한 에이전트 AI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올해 상반기 중 구직자용 에이전트 AI '커리어 에이전트'와 기업 인사담당자를 위한 '탤런트 에이전트' 출시를 앞뒀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AX 밴가드(Vanguard)' 조직을 신설하고 AI전환을 기업 문화로 확산하고 있다.
채용업계가 'AI 에이전트'를 차기 전략으로 앞다퉈 내세우는 이유는 AI 도입 효과가 수치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잡코리아의 경우 'AI 추천 3.0'을 적용한 이후 이전보다 관심 공고 클릭률이 약 300% 증가했고 지원 전환율은 약 35% 상승했다. 알바몬 역시 지원 전환율이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전환율은 공고를 확인한 이용자가 실제 지원까지 이어진 비율로 단순 조회나 클릭을 넘어 행동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 추천이 구직자의 지원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한다. 자연어 기반의 AI 에이전트까지 도입하면 더 깊은 개입이 가능해지면서 행동 변화폭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난·구직난 심화도 채용업계가 AI 기능을 더 강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구직자는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에 맞는 회사를 가려내기 어렵고 기업 역시 적합한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AI 기반 추천의 편의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이력과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천 구조가 유사한 직무를 반복적으로 제시해 도전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고리즘에 반응하는 추천 공고로 지원이 몰리면 특정 공고로 쏠림 현상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플랫폼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도 나온다. AI가 구직자의 지원 여부와 전략에 개입하면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보유한 플랫폼이 채용 과정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플랫폼 내 우선 노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의 비용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에이전트가 취업 준비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면서도 "구직자의 선택권과 기업 간 기회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