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실화된 저출산·고령사회 위험

강윤구 동국대 석좌교수(전 복지부 차관)
2015.03.09 07:07

201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2.1명에 턱없이 못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출산율 1.71명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시작하기 직전인 1960년 출산율이 6.0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5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한국은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7.3%를 기록, 고령화사회(고령인구 7% 이상)에 진입했다. 오는 2017년에는 고령사회(고령인구 14% 이상),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고령인구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빠른 고령사회 원인은 저출산 현상 지속과 평균수명 연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저출산 원인은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에 따른 자녀양육기능 약화와 보육시설 등 사회적 양육시스템 미흡, 사교육비 등 교육비 부담, 가정친화적이지 못한 직장 분위기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 왔지만 2013년에 다시 1.19명으로 낮아졌다.

고령사회 원인으로 제기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평균수명 연장이다.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영양·건강상태 개선, 의학기술 발달, 건강에 대한 국민 관심증가 등으로 1990년 71.6세이던 평균수명이 2013년 81.9세로 높아졌다. 20여 년 사이에 10세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소요연수가 프랑스 155년, 미국 88년, 독일 78년인 반면 한국은 26년으로 전망된다. 고령사회, 초고령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 그만큼 짧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처럼 빠른 속도의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평균 근로연령 상승 등으로 경제활력 저하와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0년대 초반에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되고 2030년 이후부터는 총인구가 감소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1~2015년)은 점진적 출산율 회복 및 고령사회 대응체제 공고화라는 목표 아래 다양한 세부정책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계획기간 5년 동안 투자규모만 88조4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제1차 기본계획에 대해 투입예산에 비해 성과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제2차 기본계획 추진과정에서는 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 길은 있다', '100세 시대 노동시장 변화', '십시일반 노인부양, 2030년에 삼시일반' 등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를 다룬 언론기사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은 매우 어려운 정책과제임에 틀림없다.

100세 시대를 맞아 '장수는 축복인가?'라는 명제를 다시 떠올린다. 건강한 장수는 분명 축복이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장수는 축복이 아닐 수도 있다. 단순한 평균수명 연장이 아니라 건강수명 연장이 필요한 이유다.

하루 빨리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의 성공적인 추진과 국민적인 인식전환을 통해 가족친화적인 근무환경에서 일과 양육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 아이 하나 더 낳고 싶은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 출산율이 회복되고 장수가 축복이 되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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