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제재 방식을 혁신키로 했다. '혼연일체'가 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의 큰 축이다.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마련 중이지만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현장검사를 줄이고 관행적인 종합검사를 2017년 이후에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검사시 개인에 대한 확인서, 문답서 징구도 없앤다. 개인에 대한 제재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고 기관제재, 금전제재를 강화키로 했다.
'을은 내가 해봐서 잘 안다'는 임종룡 위원장이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느꼈던 문제를 하나씩 고쳐나가는걸 보면 어느 정도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번엔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잡음이 들린다. 최근 모 외국계 은행이 검사에 앞서 엄청난 양의 자료제출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자료제출을 요구한 곳은 금감원이 아니라 한국은행이었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는 금감원만 하는 게 아니다.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에도 있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의 원활한 수행', 예보는 '예금자보호·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라는 목적으로 금감원과 공동으로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 예보는 단독검사권도 갖고 있다.
제재도 마찬가지다. 한은과 예보가 금융회사를 직접 제재할 수는 없지만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감원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정조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는 현장에서 지도하고 돌아올 사안도 한은과 예보는 조치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 금감원, 한은, 예보 못지않게, 아니 더 중요한 기관이 하나 더 있다. 감사원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겐 '갑'이지만 감사원 앞에선 '을'이다. 금융회사 임원들은 금융당국에 취임인사를 가지만, 금융당국 임원은 감사원에 인사를 간다.
게다가 금융당국에는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정확히는 '감사원 트라우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 당시 금감원은 감사원 감사를 받고 곤욕을 치렀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소명을 듣고 현장 지도로 끝낸 사안이나 상황을 감안해 감경한 문제들을 모두 끄집어냈다.
감사원 감사로 문책을 받거나 검찰 조사를 받은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그 결과 검사를 나가면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모두 잡아오는 저인망식 검사 관행이 더 강해졌다. "검사반장이 그런 사소한 것들은 놔두라고 해도 반장님이 책일질 거냐고 따지는 경우"(금감원 A국장)도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혼연일체'란 액자를 걸어놓고 개혁의지를 불태우지만 두 기관만으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검사·제재 관행을 혁신하기 위한 '완전체'는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