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빗장 풀린 이란, 국내 건설업체 다시 뛴다

배규민 기자
2016.01.19 06:01

"올해는 해외 수주 목표액을 잡을 수가 없어요. 정말 가늠이 안 됩니다."

최근 모 행사장에서 만난 한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의 하소연이다. 저유가로 인해 해외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그나마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주요 경쟁국들이 저가 전략을 무기로 내세워 수주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슬람국가(IS) 테러 위협 등의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연초부터 중국의 증시 폭락 등 글로벌 경제 불안도 가속화되고 있다.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CEO들의 머리가 복잡한 이유다.

이 가운데 최근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 해제는 건설업체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업체들은 벌써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란에서 수주가 활발했던 건설업체들 뿐 아니라 진출 경험이 없었던 업체들도 전략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란의 빗장이 열렸지만 난관은 여전하다. 우선 제재 기간 동안 이란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 업체들과 겨뤄야 한다. 중국 업체들은 중동, 아시아 등 국내 건설업체들의 주요 진출국에서도 주요 경쟁자다. 중국 업체들은 이란에서 가스·정유시설 프로젝트 수주를 도맡아 시장을 선점해 왔다. 자금력이 뛰어난 중국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 문제도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 중의 하나다.

다행히 국내 업체들은 '해외수주협의회(가칭)' 발족을 준비 중이다. 총 15개의 건설업체가 참여하며 이들 업체들은 큰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짝을 이뤄 선제적으로 시장 조사를 하고 수주를 준비한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참여해 자금 지원을 맡는다. 다음 달이면 정식 출범이 가능할 전망이다.

건설업체들은 올해 내실을 다지고 미래의 먹거리 개발의 원년으로 삼았다.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질적인 성장으로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돈이 안 되는 프로젝트를 해외에서 무리하게 수주하는 일은 이제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건설업체 CEO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저가 수주와 미숙한 프로젝트 진행으로 중동을 비롯, 일부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더는 '호구'라는 비아냥을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한 단계 도약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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