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른다, 공급과잉이다 해도 총선, 대선이 있는데 설마 정부가 아파트값 떨어지는 걸 보고만 있겠어?"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을 견디다 못해 빚을 내 아파트를 산 30대 지인이 자주 하는 말이다.
가진 돈보다 훨씬 비싼 아파트를 사기 위해 수억 원을 대출로 충당한 그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후끈 달아올랐던 아파트 분양 열기가 정점을 찍고 올해 서서히 식어가는 분위기라는 것도,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2년마다 '억 단위'로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하는 게 더 큰 문제다. 매월 50만원이 넘는 돈을 월세로 고스란히 내다 버릴 수도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실수요인지, 투자인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경계에서 전 재산을 아파트에 쏟아 부은 불안감을 해소할 방편을 찾았다.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각종 지표가 아닌 총선과 대선을 앞둔 현 정부가 그것이다.
'미친 전세값' 등 주거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가 그래도 '떨어지는 아파트값'은 막아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 것이다.
그는 "경기침체에 세월호,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가 악화일로인데 정부가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마저 망가지게 두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한 듯 보였다.
하지만 선거가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거의 정설로 굳어졌다. 1988년 총선과 2002년 대선 당시 부동산 시장 자체가 좋았던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그랬다.
이미 '잔치는 끝나간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올해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낙관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열기가 식기 전에 올 상반기 분양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정부가 재건축 허용 연한 완화 등을 내걸고 지난해 부동산 시장 열기를 견인했을 당시와는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작년에 장이 좋아 망정이지 아니다 싶은 매물까지 다 팔릴 줄은 몰랐다"며 "올해는 그렇게 까진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전 재산에 대출까지 끼고 산 아파트,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집값을 떠받쳐 주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