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은행 경제전망 더 정교해져야

유엄식 기자
2016.01.26 06:11

“경제전망은 늘 어렵지만, 이제는 어렵다는 단계 이상으로 넘어간 느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말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 한 말이다. 대내외 경제환경 불확실성이 커져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 이 총재는 당시 △국제유가 급락 등 대외 경제환경의 불가측성 △전통적 경제이론과 현실의 괴리 △글로벌화에 따른 주요국 정책 파급효과 등 3가지 요인을 꼽았다.

이 총재는 미리 준비한 논고에 없는 발언도 했다. 1970년대 영국 재무상 데니스 힐리(Dennis Healey)의 말을 인용, 경제전망을 ‘부분 밖에 알려지지 않은 과거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현재를 통해, 알래야 알 수 없는 미래를 추정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조사인력을 보유했음에도 전망이 빗나가는 것에 대해 수장으로서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렇지만 불확실성을 이유로 그동안 한은 전망의 오류를 덮을 수는 없다.

한은은 2014년 4월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를 4.2%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2015년 실제 성장률은 2.6%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 민간연구기관, 해외 IB(투자은행)들은 3%대 초중반을 예상한 것과 비교된다.

예기치 못한 유가하락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돌발변수’가 있었다 해도 오차가 상대적으로 컸다.

뿐만 아니라 한은은 물가당국임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CPI) 전망도 다른 기관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졌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해명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잠재성장률 추계치의 경우도 한은이 ‘장밋빛 전망’을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한은이 추산한 2015~2018년 국내 잠재성장률은 3.0~3.2%로 민간 연구기관보다 0.5~0.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경제전망의 출발점이 너무 다르다.

정책기관인 한은이 ‘비관적 시나리오’에 따라 경제전망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부와 독립된 통화정책의 주체로서 객관성을 인정 받을 최소한의 ‘신뢰’는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은의 경제전망이 어느 기관보다 정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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