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파트너스로 이름을 바꿔단 옛 보고펀드가 이르면 내달 6000억원대 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만든다. 청사진이 아니라 약 5000억원의 모집이 이미 확정돼 설립이 마무리 단계다. 3년 전 실트론 인수금융 채무불이행으로 회사 존폐가 거론되던 것과는 격세지감이다.
보고의 오늘을 지켜보며 2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먼저 2013년 국민연금 바이아웃 운용사 컨테스트다. 당시 결선에 오른 보고는 투자 실패를 두고 신랄한 비판을 면치 못했다. 변양호, 이재우, 신재하, 박병무라는 쟁쟁한 인물들이 어떻게 이름값도 못하냐는 인격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머리를 숙였다. 명성이나 자존심보다는 투자세계의 판단오류를 담담히 인정했다. 대신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의 전략을 어떻게 수정할지 얘기했다. 파트너들은 심지어 개인 재산 현황을 자발적으로 기재하고 청렴한 운용을 다짐했다. 국민연금은 그해 1300억원을 위탁해 재기의 기회를 열어줬다.
2년간 보고는 변화한 전략으로 절치부심했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투자보다는 내부의 이해조율 과정에서 증명됐다. 실트론 디폴트로 내부 의사결정 체계와 지배구조 문제가 지적되자 시니어에 치우쳤던 평가보상이 고르게 배분된 것이다. 변양호 이재우 대표는 기득권을 내려놨고 박병무 대표는 지분을 양보하고 사재까지 털어 주니어들의 지분 매입금을 빌려줬다.
보고는 이제 수천억원 단위로 딜하지 않는다. 한국 실정에 맞는 중소기업의 경영권 매매에 집중하고 있다. 창업주들에는 은퇴의 퇴로를 열어주고 기업에는 대형화의 발판을 만들어주는 순기능도 얻었다. 비용을 지불한 시행착오의 열매다.
PEF 운용사가 첫 펀드에서 실패하고 다시 부활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 인재가 흩어져 다른 얼굴로 이합집산하게 마련인데 그러지 않았다. 간판은 VIG로 바꿨지만 'Vogo Investment Group'에서 따온 이니셜로 유래를 남겼다. 옛 보고펀드에는 이재우 대표가 여전히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시장은 좋든 싫든 자기 역사를 인정하는 프로에게 기회를 준다. 치열하게 반성한 재능있는 인재들은 반드시 재기한다는 것을 보고가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