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한국보다 더 친기업적입니다"
지난주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LS전선아시아의 기자간담회에서 명노현 대표가 한 말이다.LS전선의 베트남 법인 2곳은 지주회사인 LS전선아시아를 통해 오는 22일 한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베트남은 1975년 4월30일 이후 공산당이 지배하는 공산국가다. 이런 나라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보다 더 친기업적이라는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베트남 정부는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이후 9년간은 법인세의 절반을 빼준다. 해외 기업 유치에 필요하면 정부가 도로, 전기 등 각종 인프라를 깔아준다.
노동 정책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하다. 임금 정책도 기업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결정한다. 지난해까지 베트남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매년 12~13% 수준에 달했지만, 기업들이 인건비 증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올해는 이를 8% 수준으로 낮췄다.
기업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대외 정책도 적극적이다. 유럽연합(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뿐 아니라 '메가 FTA'라고 불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참여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아직 TPP '관심표명국'이다.
기업인에 대한 인식도 남다르다. 하노이 시내를 이동하면서 '하노이 대우 호텔' 앞을 지났다. 이곳은 1996년 대우그룹이 지은 베트남 최대 규모의 호텔로, 2012년 베트남 국영기업 '하넬'에 팔렸지만 '하노이 대우 호텔'이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근처에는 대우그룹 창업자인 김우중 전 회장의 이름을 딴 길도 있다.
현지 안내원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김 전 회장은 아직도 영웅"이라며 "자신들의 경제 발전에 기여했던 기업인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엄청난 숫자의 오토바이 부대를 만났다. 인구수가 1억명에 육박하는 베트남은 국민 2인당 1대꼴로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다. 길가에서 만난 오토바이의 상당수는 '혼다' 제품이었다. 현지에서 수천 만대의 오토바이를 판매한 혼다에게 이곳은 분명 '꿈의 시장'이었을 것이다.
베트남을 오갈때 탔던 비행기는 어김없이 '만석'이었다. 업계 관계자 말로는 10명 중 9명은 '비즈니스' 목적으로 베트남을 찾는다. 아직 소득 수준이 낮고 환경도 열악하지만 성장에 대한 '꿈'이 있는 이곳에 사업가들이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 돌아와 국내 기업인들을 만났다. '베트남이 한국보다 더 친기업적'이란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기업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볼멘 목소리가 돌아왔다.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적' 정서가 무섭다고 하소연하는 이도 있었다.
한국의 기업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 걸까.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는 조용히 말했다. "기업은 그저 장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 주면 됩니다. 그거 말고 우리가 뭘 바라는게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