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 트럼프당선과 중국경제

정유신 기자
2016.11.22 03:28

선거유세 중 미 제조업의 직장을 뺏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의 고율관세를 매기겠다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시장에선 그 과격한 발언을 그대로 실행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적으로 궤도 수정할 것인지 분석이 한창이다. 아직까지 경제관련 내각은 인선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외교안보라인에 반(反)이슬람 초강경인사들이 내정되면서 경제정책도 선거 때와 같은 강경기류가 현실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나오고 있다.

선거캠페인 때의 발언을 살펴보면 향후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인프라투자, 법인세인하, 금융 및 에너지 분야에서의 규제완화 등 투자유인 조치로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것. 또 하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의 탈퇴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단행이다. 두 가지를 조합하면 어떤 의미인가.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 내에서 기업투자를 증가시켜 고용과 생산을 늘림과 동시에 늘어난 생산제품들이 미국 내에서 충분히 소화, 판매될 수 있도록 해외 수입품에 대해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그럼 트럼프 차기대통령은 정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고율관세를 부과할까. 선거 때 트럼프의 경제정책자문을 맡았던 캘리포니아대 피터 나바로교수는 강경파의 대표인물.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고도 미국이 독자적으로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 전반에 대해 고율관세를 매기면 어떻게 되나. 중국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임은 틀림없다. 중국의 대미수출은 작년기준 4,092억 달러(450조원), 중국 총수출에서의 점유율은 18%로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최대시장에서 중국제품이 가격상승으로 경쟁력을 잃고 그 수요가 미국제품이나 다른 국가의 제품으로 옮겨가면 중국은 리만쇼크 직후인 2009년의 對세계수출 16% 감소, 성장률 4%포인트 급락정도의 충격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내년 이후는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는 국면으로 이미 두 차례 자본유출을 경험한 중국으로선 부담이 엄청나게 가중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일단 취임하게 되면 지지 세력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반덤핑관세를 매기겠지만, 선별적인 관세부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이유는 첫째, 중국의 보복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이 시작되면 애플과 같은 IT기업뿐 아니라 보잉 등 대기업들과 과거경험으로 보면 미국의 대표적 수출품인 농축산물도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내지 공화당 지지기반이다. 둘째, 미국의 1인당 GDP는 약 5.6만 달러로 이미 중국의 약 7배에 달하는 세계 톱 수준의 고소득국가다. 이런 미국에서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低부가가치제품을 미국제품으로 대체한들 미국노동자들이 얼마나 만족스런 임금을 얻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셋째, 트럼프는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고 했지만, 이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란 의견이 많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긴 공장들이 최근 수년간 지속된 중국의 임금상승으로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 등으로 이미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중국의 대미투자 감소를 유발해서 미국의 경기회복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는다. 중국은 누적규모로 650억 달러(72조원), 작년에만 사상 최고치인 80.3억 달러(9조원)를 미국에 직접투자하고 있다. 성장률관점에서만 보면 경기회복을 돕고 있는 셈이다. 또 간접투자긴 하지만 중국은 1조 3천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미국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팔아치울 경우 미국 금융외환시장의 엄청난 교란요인이기도 하다.

아직 경제라인을 누가 맡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거론되고 있는 인물 중에 친(親)시장적인 월가출신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 경우엔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고도의 협상차원의 보호무역, 따라서 협상도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환율조작국 지정, 45% 고율관세 일변도가 아니라 중국에 대해 미국산 제품수입을 촉구한다든지 지적재산권 보호규제 강화, 수출기업에 대한 보조금배제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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