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각 부처 장관들이 모이는 회의에는 달라진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점은 여성 참석자 수다. 여성 장관들이 대화를 주도하면서 국무회의도 화기애애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엔 강경화, 김은경, 정현백, 김현미 장관이 임명됐고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김영주 의원이 지명됐다. 김영주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중소벤처부를 뺄 경우 여성 장관 비율은 29.4%다. 중소벤처부 장관도 여성이면 33.3%, 남성이라 해도 27.8%가 된다. 내각 여성 비율을 30%로 채우겠다는 약속을 거의 지킨 셈이다.
이런 비율에서 알 수 있듯 정부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도 획기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무회의나 부처 간 회의를 가면 새 정부 장관들의 성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편이고 성평등이 국가 정책의 핵심 과제라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미 문 대통령도 수차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 이런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느냐다.
우리는 단지 여성이 고위직에 앉는다고 해서 여성권익에 반드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던 여성 대통령 재임 시절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풍부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여혐’, ‘남혐’으로 대표되는 성별 대립과 갈등이 사회적으로 부각됐다. ‘여성이라서’ 또는 ‘남성이라서’ 차별받는다는 양분된 인식 간의 접점은 찾기 어려웠다.
정 장관은 이런 시기에 성평등 주무부처인 여가부를 맡게 됐다. 그는 여가부를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리는 정부 부처”라고 표현한다. 남녀 대립 구도 속에서 필요 이상으로 논란에 휩싸여 온 여가부의 처지를 빗댄 말이다. 정 장관은 취임 전부터 줄곧 ‘성평등은 파이 늘리기’라는 견해를 펼쳐 왔다. 성평등은 남성이 갖고 있는 파이를 뺏는 것이 아니라 파이의 크기를 키우고 개수를 늘리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의 철학이 정책을 통해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 성평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