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론 못 읽는 여성가족부 장관

유엄식 기자
2017.09.11 05:05

“피해 청소년은 물론 가해 청소년까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자활을 돕겠다”, “처벌 위주로만 논의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등 최근 잇단 청소년 중대 범죄가 일어 나자 지난 7일 기자실에 찾아와 한 말이다.

청소년 보호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발언 취지는 일면 이해된다. 그러나 지금 화두는 소년법 개정이다. 만 14세 미만은 이른바 촉법소년으로 범죄 경중에 관계없이 형사 처벌이 면제된다. 만 14~18세의 경우 최대 형벌수위가 20년으로 제한된다.

인천에서 8세 여자 아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죄자는 만 18세 미만이어서 검찰이 20년을 구형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가담자 중 한 명은 촉법소년이어서 어떤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사실에 국민은 공분했고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있는 소년법 개정 제안에 지금까지 30만명 넘게 동의했다.

범죄의 잔혹성이 사회가 일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데다, 일부 가해자들은 법 규정의 허점을 미리 알았거나 사후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알려졌다. 그래서 법조계에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잖다.

이런 상황에서 정 장관이 ‘가해자의 재활’을 거론했다. 폭력과 살해의 피해자 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언급이었다. ‘공감 능력의 결핍’ 이란 지적도 나왔다.

최근 일련의 폭행 사건들은 그 수법과 잔혹성이 일반적인 청소년 일탈에 비교할 수 없다. 때문에 가해자들을 계도하겠다는 그의 논리는 몹시 위험해 보인다. 검찰 조사와 사법부 판단에 앞서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낳을 수 있다. 자칫 소년법 개정 반대 논리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정 장관의 발언은 피해 청소년 보호에 무게를 뒀으면 충분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건이 터진 직후 소년법이 아닌 청소년보호법에 문제가 있다고 잘못 알려져 여가부 직원들이 곤욕을 겪었다. 의도하지 않은 장관의 설화(舌禍)로 여가부가 여론의 뭇매를 더 맞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