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2일. 대한민국은 국가 재난 경보 체계의 사각지대를 경험했다.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5.8)이 발생했음에도 위기를 알려야 할 재난 방송과 긴급 재난문자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지 않아서다. 재난방송은 속보 요청 7분 만에 첫 전파를 탔고,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발생 1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충격의 경주 지진 사태 1년 2개월 후. 우리는 지난 15일 또 한 번 규모 5.4급 포항 강진에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고, 경주 지진 당시 빈축을 샀던 긴급 재난문자가 수도권의 경우 지진파 보다 빨리 도착하는 등 달라진 재난 경보 체계를 보여 줬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주 지진 당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지진 조기경보 체계구축 예산을 올해 289억원(작년 89억원)으로 대폭 늘렸을 뿐 아니라 긴급재난문자 발송 업무를 기상청 한 곳으로 일원화했다. 내년까지 규모 5.0 이상 지진이 발생할 경우 7~25초 안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긴급재난문자와 함께 국민들에게 재난 상황을 광범위하게 전파해야 할 재난방송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경주 지진 이후인 작년 3~4분기에만 총 185건의 재난방송이 송출 요청을 받고도 30분을 훌쩍 넘겨 전파를 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15일 포항 지진 당시에도 모 지상파 방송사는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 전달 없이 상당 시간 기존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규모 5.0이상 강진과 같은 긴급 재난 발생 시 TV 방송에서 즉시 경보음을 송출하는 등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재난방송 규정을 명시한 고시 개정안을 포항 지진 직전 준비하기도 했지만 다음달에나 개정 완료를 목표로 하는 등 진척이 더디다. 긴급재난문자의 변신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경주 지진 후 얼마 안돼 설마했던 강진이 또 발생했다. 그동안 긴급재난문자의 준비는 철저했고, 재난방송은 미흡했다. 방송 스스로의 개선 노력이 더욱 중요할 수 있지만 정부도 좀 더 빠른 행정절차를 통해 재난방송 관련 정책이 정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혹시 또 있을지 모를 긴급 재난상황에서 방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