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중통령 '금권선거' 종지부 찍어야

지영호 기자
2019.06.27 04:08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지금 곳곳에서 작업하고 있는 거 안 보여? 다들 엮이지 않게 조심하라고.”

1년 전쯤 일이었다. 십수 년 동안 중소기업을 담당한 타 신문사 K선배가 출입처 후배들을 모아두고 의미심장한 충고를 했다. 중소기업인 최대 행사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기자가 처음 참석했을 때 얘기다.

이 말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평소 말도 안 섞던 한 인사는 부단히도 기자그룹과 어울리려 했고 또다른 인사는 기자를 따로 불러 속깊은 얘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를 10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이들은 후에 회장선거 후보로 입후보했다.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사건이 터졌다. 한 경제지 후배가 현 중기중앙회장인 김기문 당시 후보를 인터뷰하고 측근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1년 전 K선배의 경고가 현실이 된 것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는 연합회장과 협회장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으로부터 최다득표를 얻어 중기중앙회 첫 3선 회장이 됐다.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매번 금권선거로 얼룩졌다. 그러다 보니 전임 회장들은 임기 말까지 법원을 들락거렸다. 평소 말 잘하던 회장들도 선거 얘기만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금권선거’를 뿌리뽑자는 얘기는 4년마다 반복됐다. 이번에도 그랬다. 중기중앙회선관위는 가족·측근이 금품을 전달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면 후보자가 연대책임을 지는 규정을 당선무효 사항에 넣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를 논의할 선관위 소집이 정족수 미달로 번번이 무산되면서 이번에도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단체인 중기중앙회는 공직선거법 대신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적용받는다. 때문에 김 회장 사례처럼 측근이 금품을 전달하더라도 김 회장은 처벌받지도, 임기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하지만 중기중앙회는 특수성이 있다. 경제5단체 중 유일하게 선출직 대표를 뽑는다. 게다가 120억원의 정부재정이 투입되는 법정단체다. 선출직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 게 상식이다.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은 올해도 열렸다. 지난 26일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초연결 시대와 공동의 미래’라는 주제로 중소기업 대표 75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기서 중소기업 공동의 미래를 주도할 중기중앙회장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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