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전념" 홍원식 남양회장의 공염불

지영호 기자
2021.10.08 09:11

[막좌막우]'막상막하'의 순위 다툼을 하고 있는 소비기업들의 '막전막후'를 좌우 살펴가며 들여다 보겠습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문을 받고 있다. 2021.10.5/뉴스1

A:남양유업과 한앤코(한앤컴퍼니) 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대리점주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을지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B:제 불찰로 이런상황 발생했습니다. 해서 회사 매각도 결정했고, 이런게 국민의 신뢰를 얻고 사과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A:8년전 대리점 갑질, 이번 불가리스 사건과 경영분쟁은 대리점주들이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최대주주이자 경영진인 증인은 (이들에게 피해를) 어떻게 보상하려고 합니까?

B: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기업가치를 올리고 대리점의 위상을 확립해주는 것이 매각이라 생각했습니다.

A:당장 경제적 손해를 보고 고통스러운데, 증인은 책임을 다음에 기업을 산 사람한테 밀어주겠다는 겁니까?

B:도저히 수습할 방법이 매각하는것 밖에 (없습니다.)

A:주식 매각 전까지 피해보는 대리점주에겐 아무것도 안하시겠단 말이잖습니까.

B:대리점 사태가 나기 전에는 상생의 방법을 다 동원했습니다.

A:이 사태가 난 이후인 지금을 묻는거지 과거 말씀을 듣자고 하는게 아닙니다. 증인은 피해 대리점주들에게 현실적으로 어떤 보상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선 이런 공방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A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B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입니다. 윤 의원은 남양유업 대리점주의 피해보상 방안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했지만 홍 회장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확답을 피했습니다. 회사 매각 이외에 대리점주에게 해 줄 게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결국 윤 의원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오너리스크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비현실적인 계약해지나 손해배상이 아닌, 실질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종합감사 전까지 마련해달라"며 질의를 마쳤습니다.

홍 회장과 정무위원과의 공방은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앤컴과의 길고 지루한 소송 과정에서 대리점을 비롯해 축산농가, 투자자, 직원 등에 대한 보호 방법을 재차 물었지만 답변은 대동소이 했습니다. 홍 회장은 "합의사항 이행이 안돼 법정 소송에 들어가 있는데, 빨리 마무리 지어서 구성원이 같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가장 적합한 제3자를 찾는데 모든 전략을 다 쏟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오너리스크에 대한 관련업종 종사자의 피해를 새 주인에게 떠넘기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홍 회장의 바람(?)대로 소송이 빨리 마무리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습니다. 홍 회장과 한앤코가 전면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법까지 소송이 이어질 경우 결과가 나오기까지 3~5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홍 회장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새 주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법원이 한앤코가 제기한 홍 회장 등의 소유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오너일가 지분 53%가 이렇게 묶여있습니다. "매각에 전념하겠다"는 홍 회장의 국감 답변은 공염불인 셈입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문을 받고 있다. 2021.10.5/뉴스1

홍 회장은 오히려 소송을 길게 끌 공산이 큽니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회사를 지배하는 기간도 길어지는 까닭입니다. 시간이 길어지면 당초 계획처럼 다급하게 매각하는 것보단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챙기는 물건이 불난 집에서 탈출하는 것과 이사를 준비하는 것과 천지차이인 것처럼 말이죠.

앞서 홍 회장은 자신을 비롯한 오너일가 주식을 한앤코에 매각하는 양도계약을 지난 5월 체결했지만 사전합의사항 이행 여부 등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홍 회장은 표면적으로 부당한 사전 경영간섭, 비밀유지의무 위반,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들지만 쌍방 합의한 내용을 한앤코가 인정하지 않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반면 한앤코는 합의 사항은 모두 계약서에 반영됐고 입장을 바꾼 적도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홍 회장이 계약서에 없는 새로운 내용을 들고 나와 들어달라고 했다고 주장합니다.

때문에 '사전합의 한 내용' 혹은 '새로운 내용'이란게 뭔지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날 국감에서도 관련 발언이 나왔는데요. 마찬가지로 홍 회장의 답변이 불분명해서 대화록으로 정리했습니다. 마찬가지로 A는 홍성국 의원, B는 홍원식 회장입니다.

A:지난번 팔려고 했을 때 자제분들을 위해서 백미당은 남겨두시려고 했던건가요?

B:네?

A:(아니면) 백미당은 같이 팔려고 했던건가요?

B:아니요, 다시 팔려는게 아니라. 현재 계약이기 때문에 자세한 말씀은 위원님께 못드려도. 사전 합의 사항들이 그것 이외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조항이다' 이런건 법적인 제약요건 때문에 말씀 못드리는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팔려고 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변한 것과, 사전 합의사항이 '그것 이외 여러가지가 있다'고 한 부분을 고려할 때, 홍 회장이 남양유업을 매각하면서도 백미당을 지켜 자제에게 넘겨주려 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백미당은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이 이끄는 대표 브랜드입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남양유업은 홍 회장과 한앤코의 소송 기간동안 대리점을 비롯해 축산농가, 투자자, 직원 등의 피해구제보단 오너일가 곳간을 채우는데 더 고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큰 문제는 매각 발표로 일부 해소됐던 오너리스크가 다시 부활했다는 점입니다. 매각 발표 후 한 때 80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40만원선도 무너지고 거래정지 수모도 겪었습니다. 오너일가와 경영진을 제외한 남양유업 직원들과 유관 업종 종사자, 투자자의 피해가 계속될까 심히 우려스런 상황입니다. 모쪼록 홍 회장이 증인 선서를 한 국감장에서 한 발언이 지켜지길 바라면서 마지막 발언을 정리합니다.

A:소송이 길어져서 어영부영 흘러가면서 계속 남양이 더 어려워지고 관련된 사람들은 더 힘들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B:그렇게 안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A:꼭 약속하시고, 안되면 내년에 또 오시는 겁니다.

B:몇번을 부르시든간에 즉각 달려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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