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후폭풍] (종합)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 보유자뿐 아니라 실거주 1주택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온다. 종부세 기본공제 확대 등 실거주자를 위한 부담 완화 장치가 마련됐지만 지금처럼 집값 오름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실거주 1주택자 역시 매년 보유세 부담이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가와 관리비, 대출이자 등 생활비가 줄줄이 오른 상황에서 실제 소득 증가와 무관한 부동산 자산가치 상승으로 세금 부담까지 커진다는 지적이다.
서울에 집 한 채를 보유한 40대 직장인 A씨도 늘어나는 세금이 부담스럽다. A씨가 낸 보유세는 지난해 약 130만원에서 올해 164만원으로 34만원(26.2%) 늘었다. A씨는 내년에는 보유세가 2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200만원을 넘는다면 2년 만에 연간 부담이 70만원 이상, 50%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A씨는 "집값이 수억원 올랐는데 세금 30만~40만원 정도 더 내는 게 어렵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집을 팔아 실제로 수익을 낸 것도 아닌데 매년 세금이 불어나는 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A씨는 또 "대출을 제외한 집값은 근로소득세를 내고 받은 월급을 모으고 아껴 쓰면서 마련한 돈인데 1주택까지 투기나 불로소득으로 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증가는 당장의 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거주자가 체감하는 세금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집을 팔지 않는 이상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실현하기 어려운데 매년 현금으로 내야 하는 세금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든 고령 1주택자라면 이 같은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 넘게 올랐고 서울은 상승 폭이 더 컸다. 강남3구뿐 아니라 한강 인접 지역 대부분이 두자릿수 공시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내내 이어진 만큼 내년에도 공시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 보유자를 정조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거주 1주택자 역시 세금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본공제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에서 70%로 높아지고 일부 과표 구간의 세율도 인상돼 주택가격에 따라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공시가격 상승까지 겹치면 기본공제 확대 효과를 상쇄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더 두려운 건 그 이후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2027년부터 공시가격 상승률이 전년 상승률의 절반 수준으로 매년 둔화한다고 가정하고 세제개편안을 함께 반영해 2030년까지 서울 중가 1주택의 보유세를 추산한 결과, 2028년 이후에도 세 부담이 상당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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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는 보유세가 2026년 116만원에서 2030년 192만원으로 76만원(65.5%)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도더샵1차는 165만원에서 319만원으로 154만원(93.3%), 대방동 e편한세상1차는 163만원에서 226만원으로 63만원(38.7%) 각각 증가한다.
최근 몇 년간 서울 집값이 오르면서 과거 고가주택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지역의 아파트도 종부세 과세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마포·성동·동작·강동 등 비강남권 국민평형까지 가격과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월급을 모아 마련한 한 채에 장기간 거주하는 직장인도 소득 증가와 무관하게 보유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우대라는 정책 방향과 실제 납세자가 체감하는 부담 사이의 간극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집값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높아지더라도 이를 처분하지 않는 한 세금을 낼 현금흐름이 개선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장기 실거주자나 소득이 제한적인 1주택자의 세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지 않도록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환경미화원 임금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7.16.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0619570977748_2.jpg)
청와대가 7일 '부동산 정책 점검 2차회의'에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6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공급 확대, 속도에 대해 주문하신 바 내일 정부는 (이와 관련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공급 대책의 내용이나 발표 시기에 대해 현재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내일 회의가 있고 난 후 후속적인 답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구체적인 숫자나 장소 등은 아무것도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해외 순방 귀국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3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7시간 반 동안 '최근 부동산 및 주식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2022년부터 지속된 주택 공급 부진이 공급 절벽 상황을 초래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과 그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많은 주택이 공급될 수 있게 가용한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가용한 모든 행정조치와 금융, 재정, 규제 완화 등의 방법을 찾아 공급의 신속한 실현을 위한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이날 수석보좌관 비공개 회의에서는 경제성장수석실로부터 '보편적 지원 정책 논의 동향'이 보고됐다. 이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은 후 "부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정적 방안은 반드시 검토돼야 하나 예민하고 까다로운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인공지능(AI) 교육 역량도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은) AI 활용 방안에 대한 교육과 정부의 행정 서비스 개발 및 분석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국민의 삶에 피해를 주는 정책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모든 정책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살피고 문제가 있으면 성역 없이 보완하라"고 지시한데 대해 강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종료된) 각 부처 업무보고에 대한 평가 과정에서 나온 말씀"이라며 "각 부처 정책이 속도감있게 추진되는 것은 맞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고, 수정도 가능하다는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서울시민 대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영태](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0619570977748_3.jpg)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시장 혼란 가능성을 재차 강조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을 정면 비판했다.
오 시장은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서울시민 대토론회'에 참석, "보유·양도세를 더 내라고 하는 세제 개편안은 '국가 정책'이 아니라 '국가 폭력'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시민의 표현이 와닿는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번 대책을 보는 내내 집값은 잡지 못하면서 전월세만 올린다는 걱정이 앞섰다"며 "세 부담 증가로 현금 흐름이 취약한 고령층이 원치 않는 매도로 내몰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 중심으로 전환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보유가 아닌 실제 거주 여부가 세제 혜택의 핵심 기준이 된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 사흘 만에 마련된 자리로 시장 영향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오 시장은 정부 정책 기조와 함께 이 대통령의 재개발·재건축 인식도 문제 삼았다. 오 시장은 "대통령의 정비사업 인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이 정권 내에서는 정비 사업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은 기대하기가 어렵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고통을 주는 모습을 이번 세제 개편의 목표로 삼은 것 아닌가"라며 "오히려 전세 보증금과 월세가 올라가는 피해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만 낳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어린이공원 부지를 주택공급지로 활용하려는 정부 정책에도 반감을 표했다. 그는 "용산공원 부지만큼은 반환받은 상태 그대로 30만㎡ 전부 보존해서 후대에게 물려줄 막중한 책임감을 정부도 느껴야 한다"며 "용산공원은 일부라도 그런 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용도로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토론회 참석자들도 이번 세제 개편안의 임대차 시장 파급효과를 우려했다. 이창무 서울총괄건축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전월세 가구에 대한 고려는 빠져 있다"며 "결국 영향은 임대차 시장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 여력이 있는 계층만 시장에 진입하는 구조로 바뀔 경우 단순 주택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 부족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지목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최근 8년간 서울 가구 수는 약 37만가구 증가했지만 주택 수는 약 27만가구 늘어나는 데 그쳐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공과 민간을 구분하기보다 상생 구조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중개업계는 이미 전월세 매물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제개편과 실거주 의무 영향으로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려는 사례가 늘면서 전월세 물량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강서구의 또 다른 중개사는 "과거 전월세가 전체 중개 물건의 70~80%였지만 현재는 매매 비중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변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세무사들은 기존 정책을 신뢰하고 등록한 임대사업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이 단계적으로 축소·폐지될 경우 임대 공급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오 시장은 "세제를 강화할 여력이 있다면 민간 임대 공급 사업자들에 세제 인센티브 혹은 대출 인센티브를 통해서 사업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한 가치 있는 정책적 접근"이라고 언급했다.
주택 공급 정책을 둘러쌓고 정부와 서울시는 충돌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용산업무지구 개발을 둘러싸고 정부는 업무지구 내 주택공급 규모를 최대 1만가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서울시는 녹지 보존과 도시계획 원칙을 강조하며 공급 규모가 8000가구를 넘겨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준공업지역 용적률 완화 등 공급 확대 방식에서도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