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오리 전 중국 상무부 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세계적 파장을 몰고 온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자신의 주장을 뒤집은 이후 세계 언론들은 추가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펑솨이의 말을 순수하게 믿기 때문은 아니다. 거의 모든 언론은 펑솨이가 자신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던, 특수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간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펑솨이가 직접 카메라 앞에서 입을 연 마당이 그녀가 또 한 번 말을 뒤집지 않는 한 사건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은 없어 보인다. 이변이 없다면 펑솨이와 펑솨이 사건은 사람들로부터 서서히 잊혀질 것이다.
잊혀진다는 것. 중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32년 전 1만5000여명 사상자(중국 정부는 200명으로 주장)를 낸 천안문 사태도 중국인들에게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홍콩대 교정에 24년간 전시됐던 천안문 사태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은 최근 철거됐다.
유명 배우, 쇼호스트에서 탈세범, 호색한, 금융비리 등으로 방송에서 퇴출된 자오웨이, 정솽, 왕리훙, 웨이야, 크리스 등 역시 '기억 속 소멸' 터널에 들어갔다. 대중의 인기를 자양분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유행할 당시 현지에서 취재를 벌여 당국의 마구잡이 봉쇄를 비판한 시민기자 장잔은 '공중소란' 혐의로 체포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 역시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가 정치적인 것이든 현행법 위반에 의한 것이든 중국 정부는 행정력을 동원해 그들의 존재를 지워나간다. 과거를 없애면 논란, 논쟁거리도 없어진다. 무섭도록 효과적인 조치다.
중국인들은 이를 어떻게 볼까. 한 중국인 지인은 "내 친구 중에 펑솨이 사건을 모르는 애가 없다. 요즘 세상에 이런 일이 숨긴다고 숨겨지나"고 말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진실 왜곡, 은폐에 대해 당국에 불만이나 저항이 없다. 이런 류의 일들은 '원래' 그런 거다. 모든 중국인들이 똑같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감히 나서서 문제제기를 하는 이도 없다. 일련의 흔적 지우기가 가능한 건 한마디로 대중이 이를 용인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오래 생활한 한 교민은 "'좀 너무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고고한 역사의 흐름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정부를 이해한다는 중국인들도 다수"라고 말했다. 부조리는 참다 보면 터지지만 순리라고 생각하면 그걸로 끝이다.
인민들이 변화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와중에 세계에서 중국의 위세는 더 강해지고 청년을 중심으로 애국심은 하늘을 찌른다. 국가를 신봉하니 특정인들을 투명인간으로 만드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런 정서라면 세계가 펑솨이 진실을 찾아 헤맨들 많은 인민들 눈에는 '애쓴다' 정도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우리 사이 사고방식 간극이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을 상대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