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서울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들 중 41.7%는 2030 세대였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강서구와 노원구에선 절반에 달했다. 2030세대들이 '영끌'로 집을 사들이던 지난 몇년간 기성세대들은 2010년대 초반의 '하우스푸어' 시대를 얘기했다. 대출은 많은데 집값은 떨어지던 시절, 집주인들이 견뎌야 했던 고통의 시간을 떠올렸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20~30%씩 하락했고, 어렵게 마련한 아파트에 입주할려고 보니 집값은 분양가보다 떨어져 있었고, 서울 도심에도 미분양 아파트가 쌓였던 시절이다. 집값 하락과 이자부담을 견지지 못한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시기를 기억하는 기성세대들은 서울 외곽 아파트값이 10억원을 넘는다는 소리에 '미쳤다'고 했고 그 가격에도 집을 사는 젊은 세대에 혀를 찼다.
그런 '꼰대스러운' 얘기가 오가는 자리에서 '동학개미를 주도한 세대', '존버를 아는 세대'는 하우스푸어의 시대가 오면 어떤 선택을 할까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2030 세대가 누군가. '줍줍'(줍고 줍는다)과 '존버'(힘들어도 버틴다)의 세대 아닌가. 삼성전자가 3만원대로 추락하는 공포의 시장에서 '줍줍'을 외치며 동학개미운동을 이끌었고, 2000만원을 넘던 비트코인이 300만원대까지 추락하자 몇년을 '존버'하며 8000만원 시대를 목격했다. '하우스푸어' 시대의 고통을 체감하지 못했지만 이들의 이런 경험이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얘기였다.
# 집값 하락이 확산하고 있다. 지방에 이어 서울이 하락 전환했고, '불패' 강남 아파트값도 1년8개월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숨고르기, 눈치보기, 힘겨루기일 뿐이고 대선이 끝나면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상승론은 소수의견이 돼 가고 있다. 설왕설래가 있는 집값과 달리 금리 전망은 이견이 없다. 폭과 속도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 지금보다 더 오른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우려했던 '집값 하락-금리 상승'이 나타나자 언론엔 '영끌러(영혼까지 끌어 모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 큰일났다'는 기사가 이어진다.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일부에선 이대로 두면 사회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들에게 '탈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꺼내기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세금 혜택을 줘서 집을 팔고, 부채를 줄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 물론 '본인의 이익을 쫓아서 한 투자이니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반론도 거세다.
# 2020년 영끌러에 동참했던 주변의 30대는 코웃음을 쳤다. 고정금리로 대출받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10년 전 하우스푸어 시대엔 변동금리,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이 대세였지만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이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보금자리론'처럼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정책대출은 만기 20~30년간 금리가 고정돼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도 최소 5년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이 많다.
물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 이후 대출이자가 싼 변동금리를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신규대출에서 고정금리 비중은 2019년 47%, 2020년 36%, 작년 상반기까지는 30% 안팎을 유지했다.
고정금리로 무장한 주변의 30대 영끌러는 '집값은 결국 오르잖아요'라고 얘기한다. 13억원대에서 7억원대까지 떨어졌던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0년도 안돼 27억원까지 올랐지 않느냐고, 버티면 된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10년전 노무현 정부의 집값 급등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는 틀렸다. 문재인 정부의 폐막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10년 전 하우스푸어 시대의 재현을 예고하고 있다. '존버'와 '줍줍'으로 짜릿한 자산소득을 경험한 젊은 세대들은 하우스푸어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까. 2030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의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철없는 투자자들이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