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으로 확산되던 지난해 말. 후배 기자는 KTX에서 탔다가 같은 칸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단 이유로 10일간의 자가격리를 해야했다. 마스크를 벗은 적은 없지만 보건당국은 밀접접촉자로 판단했고 3번의 PCR(유전자증폭검사)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당시는 전국에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000명 정도였던 때다. 지하철이나 버스보다 밀집도가 낮은 KTX에 같이 탔단 이유로 이뤄진 조치로는 과하단 생각을 떨칠 수 없다. 30만명 이상이 확진되고 밀접접촉자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방역강도다.
오미크론 위기를 부른 건 그해 11월1일 부터 시작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다.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확진자도, 중환자도, 사망자도 줄어들 것이고 3월쯤이면 우린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단 장밋빛 미래도 제시됐다. 위드코로나의 시계는 3월 대선에 맞춰졌단 얘기도 나왔다.
그러면서 도입된 것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도)다. 방역패스는 표면적으론 미접종자를 보호한단 이유로 시행됐다. 하지만 실제론 미접종자이 생활을 불편하게 해 접종으로 내모는 정책이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으면 식당을 가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불가능했다. 백신 접종의 부작용을 우려했던 이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접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식당에 들어갈때 미접종자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 처럼 다른 이들의 눈치를 봐야했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으면 이른바 집단 면역이 생길 거란 방역당국의 판단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정확하게 빗나갔다. 병상은 중환자로 넘쳐났고 사실상 포화상태까지 이르자 부랴부랴 방역을 다시 조인 것이다.
2020년 1월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방역당국은 방역고비 때마다 섣불리 풀었다가 뒤늦게 조이는 엇박자 정책 선택을 반복해 왔다. 타이밍의 실패는 확진자 확산을 불렀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생명을 위협했다.
그랬던 당국이 이달부터 방역패스를 돌연 중단했다. 임신부도 어린 학생들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던 독한 정책을 한순간에 포기해 버린 것이다.
당국은 방역패스 중단 며칠전까지만해도 방역패스 유지를 주장하다 돌연 입장을 바꿨다. 고위험군·자율방역 중심으로의 방역체계 개편에 발맞춘 결정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아직 코로나19 확산이 상황에서 방역패스를 중단한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한다. 만일 그런 이유였다면 지난 2월 오미크론방역체계가 도입됐을 때 방역패스도 포기해야했단 것이다.
당국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5일부턴 돌연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다. 유행이 정점을 지난 다음에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입장은 묵살됐다. 예측모델을 보면 오미크론의 유행 정점은 이달 중순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방역당국은 이달들어 방역완화 조치들을 쏟아냈을까. 김부겸 국무총리가 "(거리두기 조기 완화에 대해) 워낙 전문가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이대로 계속 지금 몇달 째 방치하고 있다"며 "그래서 뭔가 조정해야 되지 않냐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한 것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과학적이거나 의학적인 근거없이 경제적인 이유로 방역완화를 택한 것이다.
원칙을 바꿀때는 명확한 근거와 이유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목적이 있는건 아닌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방역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를 두고 "대선을 앞두고 연이은 방역완화 신호가 나온 것은 생명과 표를 바꾸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9440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170명에 가까운 이들이 사망하고 있다. 위중증환자는 1000명이 넘는다.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고 신뢰를 잃은 정부가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