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토요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우측 최상단에 '시진핑,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에 축전'이라는 제목의 짧은 기사가 실렸다. 해당 기사가 실린 자리는 시진핑 주석이 전날 하루 행한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만 싣는 '고정석'이다.
말하자면 11일 윤석열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게 그날 시 주석이 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날은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일이었다. 당연히 양회에서 시 주석의 말이나 일거수 일투족이 최우선이었어야 했다. 더구나 시 주석은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장기 집권의 마지막 단추를 채울 예정이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윤석열 축전..' 자리는 양회 폐막 관련 소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양회 폐막일 다음날인 3월12일자 그 자리에 실린 기사는 시 주석이 양회에 참석한 도서지역 대표들과 만나 덕담을 건넸다는 내용의 것이었다.
시 주석과 중국 정부가 한국의 다음 정권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상대가 누구든 심사를 건드리면 일단 물어뜯고 보는 전랑(늑대) 외교로 일관하던 중국으로서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은 중국에 중요한 나라다. 반도체만 봐도 확연하다. 세계 반도체 소비의 약 60%가 중국에서 이뤄지는 데 중국은 반도체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국내 조달 비율은 16%가 채 되지 않는다. 이 16% 중에서도 10% 정도가 삼성,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다.
한국에게 중국은 어떤가. 지난해 대중 수출액은 1629억달러(약 200조원). 수출 의존도가 25.3%에 이른다. '혐중 감정'에 기대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결별하기에는 우리 경제 구조가 너무 취약하다. 부정할 수가 없다.
화난 미국이 한국에 금융 철퇴를 가하면 한국은 그 순간 끝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순간 미국은 동북아시아 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는 핵심 우방을 잃게 된다. 미국의 대중 정책에 있어 바보 같은 일이다.
게다가 러시아 제재만으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글로벌 성장률이 휘청이는 걸 미국은 목격했다. 중국에 비군사 분야에서 원유, 금융 제재 같은 근본적 타격을 가했을 때 세계가,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러시아 제재 따위와 비교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상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언젠가는 미중 경쟁 끝자락에 한국은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올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한국이 먼저 흥분할 필요가 없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역대 한국 정부는 지리적 불안 요소를 이점으로 만들어 이만큼 나라를 키워왔다. 윤석열 당선인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