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대 중국' 전략[특파원 칼럼]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03.14 03:17
12일자 인민일보 1면. 우측 맨 위 주황색 칸 기사에 시 주석의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축전 내용이 실렸다

지난 12일(토요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우측 최상단에 '시진핑,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에 축전'이라는 제목의 짧은 기사가 실렸다. 해당 기사가 실린 자리는 시진핑 주석이 전날 하루 행한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만 싣는 '고정석'이다.

말하자면 11일 윤석열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게 그날 시 주석이 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날은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일이었다. 당연히 양회에서 시 주석의 말이나 일거수 일투족이 최우선이었어야 했다. 더구나 시 주석은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장기 집권의 마지막 단추를 채울 예정이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윤석열 축전..' 자리는 양회 폐막 관련 소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양회 폐막일 다음날인 3월12일자 그 자리에 실린 기사는 시 주석이 양회에 참석한 도서지역 대표들과 만나 덕담을 건넸다는 내용의 것이었다.

시 주석과 중국 정부가 한국의 다음 정권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상대가 누구든 심사를 건드리면 일단 물어뜯고 보는 전랑(늑대) 외교로 일관하던 중국으로서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은 중국에 중요한 나라다. 반도체만 봐도 확연하다. 세계 반도체 소비의 약 60%가 중국에서 이뤄지는 데 중국은 반도체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국내 조달 비율은 16%가 채 되지 않는다. 이 16% 중에서도 10% 정도가 삼성,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다.

한국에게 중국은 어떤가. 지난해 대중 수출액은 1629억달러(약 200조원). 수출 의존도가 25.3%에 이른다. '혐중 감정'에 기대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결별하기에는 우리 경제 구조가 너무 취약하다. 부정할 수가 없다.

화난 미국이 한국에 금융 철퇴를 가하면 한국은 그 순간 끝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순간 미국은 동북아시아 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는 핵심 우방을 잃게 된다. 미국의 대중 정책에 있어 바보 같은 일이다.

게다가 러시아 제재만으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글로벌 성장률이 휘청이는 걸 미국은 목격했다. 중국에 비군사 분야에서 원유, 금융 제재 같은 근본적 타격을 가했을 때 세계가,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러시아 제재 따위와 비교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상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언젠가는 미중 경쟁 끝자락에 한국은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올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한국이 먼저 흥분할 필요가 없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역대 한국 정부는 지리적 불안 요소를 이점으로 만들어 이만큼 나라를 키워왔다. 윤석열 당선인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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