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설립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죠"
수도권에 신규 연구시설을 준비하고 있는 A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연구소를 지방에 설립하게 되면 초기비용을 아낄 수 있고 다양한 부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도시에서 사세를 키워온 B기업도 최근 수도권 신규 R&D 센터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B기업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서울과의 거리가 멀어 오히려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윤이 목적인 기업이 비용부담까지 감내하면서 수도권을 고집하는 것은 인재유치 때문이다. 수소·이차전지 등이 주목받으면서 이공계 전문인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전공자 증가폭은 이에 못미치는 게 사실이다.
이공계 인재들은 연봉만큼이나 근무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울 본사가 아닌 지방 사업장·연구소에 배치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이천·오산 등이 이공계 취업시장의 속칭 '남방한계선'으로 꼽혔으나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점차 서울과 가까워지는 추세다. 기업이 비싼 값을 치르면서 수도권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은 인재난 속에서 보다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려는 일종의 투자다.
이런 추세에 역행하는 기업이 있다. 포스코다.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내년 3월까지 경북 포항으로 옮길 예정이다. 서울 포스코센터에 들어선다는 소식에 지역사회가 반발했고 정치권이 압박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이전을 약속했다.
사실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포항 이전 필요성 근거는 빈약하다.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세워지면 포항지역의 대규모 인력유출이 있을 것이라 우려했으나, 실제 자리를 옮긴 직원은 단 1명 뿐이었다. 기존 서울사무소 조직이 포스코홀딩스로 분리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의 포항 이전을 더욱 걱정한다. 우수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돼 경쟁력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단 의미다. 다른 기업들은 서울에 자리잡지 못해 안달인데, 각광받는 입지를 왜 버리려 하느냔 지적도 있다.
포스코와 포항 지역사회의 관계는 특별하다. 그동안은 성과를 나눴겠지만, 경쟁력 실추에 따른 피해를 공유하게 될 수도 있다. 약속한 이전까지 6개월 남았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결정을 역행하게 압박한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현명하게 판단할 충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