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어, 이젠 안녕"…마스크와의 이별[우보세]

안정준 기자
2022.09.20 03: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최근 유럽 호흡기학회를 다녀왔는데 유럽과 미국 의사들 아무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최근 방역당국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만큼 실내 마스크 착용을 강하게 하는 곳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일제히 실내 노마스크 관련 언급이 나왔다.

4월 '실외 노마스크' 논의에 이어 9월엔 '실내 노마스크'다. 사실 9월 '실내' 논의가 방역은 물론 '일상회복'의 상징성 차원에서도 의미가 더 크다. 실외 의무가 해제된 지금도 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지하철이나 버스, 식당 등 실내로 곧 들어갈 수 있기에 '귀찮아서'인 이유가 크다. 앞으로 실내 의무도 해제되면 실내외 가릴 것 없이 '노마스크'가 대세가 될 수 있다. 이것 만큼 일상회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다. 당국과 의료계도 이를 잘 안다. 정 위원장은 "우리에게 마스크가 가장 눈에 많이 띄고 불편한 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9월 마스크 논의 관련 여론의 관심은 4월보다 낮은 듯 보인다. 우선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 반응이 미지근하다. 4월엔 마스크가 정치 쟁점화됐다. 당시 논쟁은 신구권력간 벌어졌다. 정부는 "방역 위험이 내려갔기에 벗는 게 과학적"이라고 주장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위험이 여전하기에 재고하는 것이 과학적"이라고 맞섰다. 지금은 그런 게 없다.

기사에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도 마찬가지다. "관심 없다", "의미 없다"는 반응이 주류다. 찬반이 확연히 갈렸던 4월과 온도차가 분명하다. 4월은 대선 직후 정권 교체를 앞둔 시점이어서 작은 이슈도 휘발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실내 노마스크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지금은 확실히 미지근하다.

왜 그럴까. 이제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확진됐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실제로 독감 수준으로 수렴한다. 해외 주요국 다수가 실내 노마스크를 시행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고 했다. 국민 상당수는 '사실상의' 실내 노마스크도 경험했다. 지난 수개월간 수백명 모인 예식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식을 보다가 밥때가 되면 일제히 마스크를 내렸다. 식당과 카페는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이미 상당부분 걷혔고 그래서 '관심 밖'인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브레이크 없이 실내 노마스크까지 내달릴 가능성이 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정치 쟁점화 되지 않는다면, 방역당국자들이 오롯이 방역 영향에만 집중해 도입 시기를 저울질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노마스크 무관심'을 타고 당국자들이 한 번 더 꼼꼼히 점검해봐야 할 지점을 그냥 지나칠 우려도 있다.

올 겨울에는 코로나와 독감의 동시 유행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한다. 또 다른 변이가 독성을 더 키워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못한다. 실내 노마스크 운을 뗀 방역당국이 유심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정치 방역'이 아닌 '과학 방역'은 지금 시작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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