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2월 17일. 인천에서 70대 할머니가 밀린 월세를 받으려고 세입자의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실종 23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용의자로 지목됐던 50대 남성 세입자는 경찰에 쫓기자 야산 나뭇가지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건 5개월 치 월세금 150만원이었다.
사건은 2013년 1월 26일 벌어졌다.
인천 중구 신흥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 살던 70대 할머니 A씨(당시 73세)는 가족들에게 "세입자에게 밀린 월세를 받아 온다"며 집을 나섰다.
A씨가 찾아간 세입자는 인천 남구 용현동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한 50대 남성 B씨(당시 58세)였다.
B씨는 전 세입자의 소개로 A씨의 아파트에 2012년 9월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원에 입주했다. 그러나 5개월간 한 번도 월세를 내지 않았다.
A씨는 당시 휴대전화가 없었던 B씨를 찾아가 두세 차례 월세를 요구했는데도 받지 못하자 '직접 찾아가 받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A씨는 B씨를 만난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휴대전화는 실종 당일 오후 2시부터 꺼져있었고 B씨 아파트 인근 CC(폐쇄회로)TV에 포착된 것이 전부였다. A씨가 집에도 들어오지 않자 그의 아들은 1월 27일 0시 10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실종신고를 받고 4시간쯤 후에 B씨의 아파트를 방문했다. A씨 아들과 함께 집 내부를 살펴봤으나 특별히 의심할 만한 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1월 27일 오전 11시쯤, 그리고 다음 날 오전에도 경찰이 B씨의 집을 찾았지만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째인 1월 29일 B씨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했다. B씨는 "할머니에게 월세 90만원을 줘 그날(26일) 오후 2시30분쯤 돌려보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는 용의자가 아니라고 보고 돌려보냈다. B씨를 풀어준 후 3시간쯤이 흐른 뒤에야 경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늦게 B씨의 전과기록을 조회했고 그가 강도살인으로 징역 13년을 살다가 2009년 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절도와 사기 등 전과 5범이었다.
이후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력반 형사들을 동원해 B씨의 아파트로 달려가 그를 검거하려 했으나 그는 집으로 돌아온 후 잠적해 이미 행적을 감춘 상태였다.
경찰은 뒤늦게 B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천시를 대대적으로 수사했지만 허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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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월 16일 B씨는 인천 연수구 청학동의 한 야산 나뭇가지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의 지갑 속에는 강화의 한 요양원에서 홀로 지내는 노모와 수년째 연락이 끊긴 딸에게 남긴 메모가 발견됐다.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비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그는 메모에 "어머님 죄송하다. 불효자식은 사랑하는 어머님을 두고 한 많은 세상을 먼저 떠난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자격이 없는 아빠지만 그래도 너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메 눈물밖에 안 난다"며 "피해자 가족분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B씨가 숨진 채 발견된 후 경찰은 A씨가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B씨의 아파트 내부를 다시 수색했다.
그 결과 2월 17일 오후 5시 50분쯤 B씨의 아파트 내 주방 옆 창고에서 지하 쓰레기장으로 연결된 7m 깊이의 통로에서 스카프로 목이 졸린 상태로 숨진 A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통로는 수십 년 전 연탄을 버리기 위해 만든 것으로 당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었다.
B씨가 A씨를 살해한 후 통로에 시신을 유기한 것이다. A씨가 밀린 월세 150만원을 받으려고 집을 나간 지 23일 만이었다.

유력한 용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숨진 채 발견되고 사건이 종결되면서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용의자를 눈앞에서 놓쳤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용의자의 집을 3차례나 방문하고도 범죄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고, 강도살인을 저질러 13년을 복역했던 용의자에 대해 사전에 전과 조회를 하지 않고 참고인 조사만 한 채로 돌려보냈다.
보호관찰소와 경찰의 우범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B씨는 전과 5범이라 경찰의 중점 관리 대상자에 해당됐다. 살인 등 재범 우려가 있는 우범자가 출소하면 해당 교도소는 우범자 거주지의 관할 경찰서에 통보한다.
그러나 B씨는 형기 만료일보다 2년쯤 먼저 출소해 인천보호관찰소의 관리를 받았다. 인천보호관찰소는 우범자로 분류됐던 B씨에 대해 경찰에 통보하지 않았고, 경찰은 B씨가 관내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교도소나 보호관찰소에서 대상자를 통보해 오지 않으면 우범자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하며 "용의자와 피해자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 동안 노력했지만 늦게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한 점에 대해 유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