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경제에서 나온다 [특파원칼럼]

뉴욕=임동욱 특파원
2022.10.24 08:05

경제가 정권을 심판하는 시대다.

'제2의 대처'를 꿈꿨던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재임 44일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몰입해 현 상황에 맞지 않는 경제정책을 내놓은 것이 치명적인 독이 됐다. 대책 없는 감세, 재정정책 발표에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파운드화는 폭락했다. 영국발 경제위기론이 급속히 퍼졌다. 영국 중앙은행은 긴급 진화에 나서야 했다.

영국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트러스 총리는 자신이 임명한 재무장관을 해임하며 끝까지 버텼지만, 역사상 '최단기 총리'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트러스 총리의 사임으로 이번 사태가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사임 발표 다음날인 지난 금요일 영국 파운드화는 장중 전날보다 1% 이상 하락한 1.11달러선까지 미끄러졌다. CNBC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2명의 외환전략가들은 연말까지 파운드화가 1.07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노무라 전략팀은 파운드화가 4분기까지 0.98달러까지 하락하는 '역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영국은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일각에선 "영국 경제는 G7국가가 아닌 신흥 시장과 유사한 상태"라고 평가한다.

새 총리에 대한 기대도 보이지 않는다. 영국 경제를 망친 집권당은 이미 '웃음거리'가 됐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피터 오번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과거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고 신중한 실용주의 노선의 대명사였던 영국 보수당은 현재 '혼돈'과 동의어"라며 "당은 내홍, 개인적 증오, 이념적 의견 불일치로 인해 통제 불능 상태"라고 지적했다.

다음달 8일 미국은 중간선거를 치룬다. 상원은 전체 100석 중 34석, 하원은 435석 전체가 새로 선출된다. 주지사 50석 중 36석의 주인공도 가려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은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 최근 뉴욕타임스-시에나칼리지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중 49%가 공화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고, 민주당을 뽑겠다는 답변은 45%에 그쳤다. 지난달까지 민주당은 공화당을 1%포인트 차로 앞섰는데, 선거를 눈 앞에 두고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경제 현안을 더 잘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이 표심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휘발유 가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고, 석유기업들에게 생산 증대를 촉구하는 등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휘발유 가격과 정치 여론조사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휘발유 가격이 중요한 선거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은 무서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설명회를 위해 최근 뉴욕을 찾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한국 경제는 복합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정부와 여야 모두 경제와 민생만 바라보고 뛰어야 한다. 심판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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