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 풍선 사건 초기, 고작 풍선 하나가 세계를 뒤흔들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중국이 풍선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그저 민간 기상 관측용이라고 해명하면서 적당히 봉합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그러나 미국이 며칠간 풍선을 따라다닌 끝에 격추하면서 사건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격추 결정까지 사흘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많은 경우의 수를 따졌을 것이다. 기껏 풍선 하나 때문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 계획을 망칠지, 세계 제일 강대국으로서 위엄을 세우며 바람에 풍선 흐름을 맡길지.
그의 선택은 '강한 지도자'로서 면모였다. 이어 미국 언론들로부터 쏟아지는 갖가지 후문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정 장악력에 대한 의문, 중국 지도부 내 소통 문제 같은 것들이었다. 중국 흔들기다.
익명의 외교 전문가 말이다. "중국 정부 내 사람들은 미국발 기사들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흔하디흔한 풍선 하나로 얼마나 많은 얘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자기들도 궁금하다고 한다."
중국도 밀리지 않으려 부단히 애썼다. 지난해에만 미국이 보낸 풍선이 10개가 넘는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미국 정부는 부정하는 순간 '미국발 풍선'은 중국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진실 공방의 소재로 신분이 바뀌었다.
세상의 눈이 풍선에 쏠려 있는 동안 SK온 편인 줄 알았던 포드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미시간주에 합작 배터리 공장을 세우겠다고 했다. 한국에 쓰디쓴 배신감을 안겼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해 또 한 번 한국에 의문을 1패를 안겼다.
미국 영공에서 추가로 발견된 3개 풍선이 중국의 것이 아니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사실인지, 갈등의 확전을 막으려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인지 미국만 안다. 중국은 국무원 소속 기상청장을 경질했다. 중국 내에서는 짧게 보도됐다. 미국에 대한 사과 표시다.
다시는 안 볼 사이처럼 날을 세우지만 지난해 두 나라 무역 규모는 6807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대국끼리 갈등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준다. 두 나라 모두 돌발상황을 원치 않는다. 적절한 간격의 평행선을 달리는 현상 유지야말로 가장 무난한 길이다.
풍선 사건과 두 나라가 풀어나가는 방식이야말로 외교의 속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당사자들끼리는 가능한 한 상대가 설정한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는데 제3자가 한쪽 편을 드는 건 무모하다. 편든 쪽이 온전히 나를 보호해줄 거라고 믿는 건 순진한 발상이다.
마침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풍선 격추와 관련해 "한국이 시비곡직을 분명히 가려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공정한 판단을 내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칙한 내정간섭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미중 두나라의 속마음을 모른 채 이 문제에 너무 깊이 함몰되지 말라는 힌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