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활하는 日경제...함께 파이 키워야

김지훈 기자
2023.06.23 06:52
일본 도쿄 긴자거리. /사진=머니투데이DB

"캐릭터 라이선스를 받고 만들었던 것은 아니에요. 저희가 카피(복제)를 잘하다 보니까 일본 쪽까지 관심을 갖더라고요."

국산 복제품의 역사를 취재하던 중 이른바 '짝퉁'을 둘러싼 '한일 경제협력' 비화를 듣게 됐다. 1980년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의 조립식모형(프라모델)을 무단 복제해 국내에 판매하면서 사세를 키워 나갔던 국산 모형 업체 관계자가 알려준 과거사다. 모형업계에선 무단 카피를 당했던 일본 '원조' 프라모델 업체는 국산 카피판 프라모델 판매를 막지 않고 일본 내수 시장에 자사 제품으로 포장해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버블경제기였기에 가능한 수습법일 것이다. 일본의 거리마다 프라모델을 가지고 놀 아이들이 넘쳐나고 공장들은 폭발하는 내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요즘 같으면 국산 카피판이 발각되자마자 소셜미디어에 올라가고 곧장 '혐한'의 소재로 직행했을 것이다.

어쩌면 일본 초계기 사건 등 과거 한일 양국 간 빈번한 충돌의 원인이 버블 붕괴였던 것은 아닐까. 도쿄 전역의 부동산을 팔면 미국의 전 국토를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급등했던 일본 자산가격의 거품이 꺼진 시기와 일본 정치권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우경화 노선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때가 겹친 게 우연일까. 경제가 어려울 때 어느 나라든 정신승리를 추구한다.

외교가에서 "한일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온 것은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가 버블경제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던 무렵이다. 경제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일본이 외교적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 건 아닐까.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대량 매수하며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는 찬사를 보낸 것을 계기로 일본 산업계가 세계적인 재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중흥한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강제징용 판결금 제3자 변제안 등에 붙었던 논란 등에 비춰볼 때 정부의 한일관계 정상화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되살아나는 일본을 상대로 이젠 양국의 파이를 키우는 외교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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