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중복상장을 해소해야 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12.10 06:00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12월 9일 기준,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주식시장은 대부분 10% 이상 상승했다. 나스닥이 38% 가까이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대만 33.8%, 캐나다 26.3%, 다우지수 23.1%, 독일 DAX 21.6%, 홍콩 항셍 21.6%, 일본 니케이 20.9%, 순이었다. 그러나 주요국 중 한국과 프랑스만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코스닥이 -20.3%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으며, 다음이 코스피 -3.5%, 프랑스 CAC -1.3%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들과 서학개미들이 급증하면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 투자로 눈높이가 올라간 개인투자자들이 국내로 돌아오기도 쉽지 않고 환율이나 국내외 정세의 영향으로 외국 투자자들이 다시 들어오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대규모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중복상장'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상장은 모기업이 이미 상장된 상태에서 또다시 자회사나 계열사가 상장하는 개념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상장되어 시가총액이 2조 원인 상황에서, A가 지분 80%를 갖고 있는 B라는 자회사가 기업가치 1조 원으로 상장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A의 2조 원이라는 시가총액에는 이미 자회사 B의 80%에 해당되는 기업가치도 포함된 것인데, B가 1조 원으로 상장하면 결국 A가 보유한 B의 80% 지분가치인 8000억 원이 이중으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11월 말에 발표한 IBK투자증권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로, 일본(4.3%), 대만(3.1%), 중국 (1.9%), 미국(0.3%)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미국의 경우 버크셔헤셔웨이가 투자회사로서 보유한 지분이 대부분으로, 실질적 중복상장으로 보기 어렵다. 중복상장 비율은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의 지분 가치의 총합을 나눈 값'이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12월 9일 기준 전체 시가총액 2322조 원 중 417조 원 정도가 중복으로 계산되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중복상장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 HD현대마린솔루션 등 모기업이 상장된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참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금년 5월 현재 88개 대규모 기업집단의 소속회사는 3318개이며, 계열사 숫자는 SK 219개, 카카오 128개, 한화 108개, GS 99개, 롯데 96개, 태영 82개, 현대차 70개, CJ 73개, 삼성 69개, LG 60개다. 이 중에서 SK그룹에는 20개의 상장사가 있는데 대부분 중복상장이며, 삼성 17개, 현대백화점 13개, 현대차 12개, LG 11개, 한화 11개, 롯데 11개, 카카오 10개의 상장사가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중복상장의 근본적 원인은 그룹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기업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본을 자신들이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면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모기업이나 지주회사가 상장하게 되면, 자회사나 관계사를 상장시키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예컨대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상장회사지만 자회사인 구글은 비상장이다. 시장에서 평가되는 기업가치에는 모든 자회사들의 실적들이 반영되기 때문에 굳이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중복상장은 주식시장 전체에 착시효과와 왜곡 현상을 보일 뿐만 아니라, 모기업과 자회사 간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이 잘되어 있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금기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문으로 검색하면 중복상장에 관한 개념이나 용어도 전혀 찾을 수가 없다. 다만 일본에서는 '親子(오야꼬)上場'라는 용어가 한국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일본 위키백과에 의하면, 親子上場은 글로벌에는 없는 일본만의 독특한 현상으로, 없어져야 할 일종의 '적폐'라 하였다. 그래서 일본은 2000년대 이후 모기업과 자회사 동시 상장을 지속적으로 해소하여 현재는 대폭 줄었으며,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중복상장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코스피 중복상장 비율은 4%대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10%로 올랐다. 2010년 이후 모회사가 상장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 IPO, 기존회사의 분할 상장,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분리 재상장 등으로 중복상장 비율은 18%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2024년 말에도 계속해서 중복상장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상장 심사를 통과한 LG CNS나, 현재 상장 심사가 진행 중인 DN솔루션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미 모회사가 증시에 상장돼 있다. ㈜LG는 LG CNS의 50%, 롯데지주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46%, DN오토모티브는 DN솔루션즈의 85%를 보유하고 있다.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를 추진 중인 SK엔무브도 주식의 70%를 SK이노베이션이 갖고 있다. 수조원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이들 기업 모두 중복상장이다.

중복상장 비율이 증가하면, 이중으로 계산된 비율만큼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전체 상장기업 순이익의 10~15%가 중복 계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중복상장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면 주가 할인도 함께 커지게 된다.

2021년 신한투자증권 보고서에서도 지나치게 높은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이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2022년에는 자본시장연구원에서도 실증분석을 거쳐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기업의 기업가치가 하락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회복을 위해서는 중복상장 해소가 급선무다. 그러나 자금 확보 필요성이나 세금 등을 이유로 오히려 앞으로도 중복상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2월 9일 기준,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애플의 시가총액은 5227조 원이나 된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2740개의 전체 시가총액은 2322조 원의 2.25배가 넘는다. 애플 하나를 팔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을 2번이나 사고도 남는다는 의미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15배인 미국의 상장기업 수가 5500개인데 비해 한국의 상장기업 수는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부실기업은 퇴출되지도 않는다. 그나마 우량 기업이 상장한다고 하면 대부분 중복상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중에는 '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증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내보내고, 글로벌 기준과 거리가 먼 제도와 관행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 스스로의 냉철한 판단이다. 과연 이렇게 많은 계열사가 필요한가. 글로벌 경쟁력은 있는가. 주주들은 왜 떠나는가.

이제라도 주식시장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전 세계 꼴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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