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숨진 남편이 사건 발생 2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11일 뉴스1에 따르면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김성흠)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고(故) 장동오씨(사망 당시 66세)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장씨는 2003년 7월9일 오후 8시39분쯤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1톤 화물차를 몰다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에 고의로 추락하는 사고를 내 조수석에 있던 아내 A씨(사망 당시 45세)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A씨 보험 가입 내역 등을 토대로 장씨의 계획 살인을 의심했지만, 객관적 증거를 찾지 못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장씨가 보험금 약 9억원을 노리고 사고를 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단순 사고였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0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무기수로 복역하던 장씨는 2009년과 2010년, 2013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번번이 기각됐다. 그러나 한 경찰관이 소송 기록과 현장을 재조사한 결과 수사 조작 정황이 발견됐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를 토대로 장씨는 2021년 네 번째 재심을 청구했다. 이듬해 9월 법원이 수사 위법성을 인정하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으나 1년 넘게 검찰 항고와 재항고가 이어졌고 결국 2024년 1월에서야 대법원에서 재심이 확정됐다.
그러나 장씨는 재심 재판을 위해 해남교도소로 이감되던 중 급성백혈병이 발견돼 치료받다 같은 해 4월 숨졌다. 형집행정지 결정이 늦어진 탓에 장씨는 치료 중에도 손과 발에 수갑을 착용해야 했다.

재심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들이 영장 없이 수집되는 등 위법성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당시 경찰은 저수지에서 인양한 차량을 공업사로 견인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영장을 받지 않았다. 차량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심 재판부는 앞서 3차례에 걸친 법원 판단에서 살인 배경으로 지목한 △다수의 생명 보험 가입 △피해자의 수면제 복용 △고의 교통사고 △차 안에서 피해자에 대한 위력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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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재판부는 "피해자 몸에서 수면제가 검출되지 않았다. 별다른 손상도 관찰되지 않았다. 압박흔처럼 보이는 흔적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차량 탈출을 방해하기 위해 위력을 행사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을 다수 든 이유는 설명 가능하다"며 "피고인은 해당 차량을 피해자와 함께 타고 다녔다. 피고인은 2차례 큰 사고로 기존에 가입한 보험 혜택을 본 경험이 있어 '보험에 더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할 동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자신의 주도로 피고인을 수익자로 지정했다. 피고인이 살인을 결의할 만큼 견디기 어려운 경제적 압박이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장씨 부부 자녀들은 무죄 선고 후 "아버지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엄청 기뻐했을 것"이라며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씨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다는 억울함을 갖고 산다는 건 상상조차 어렵다. 무죄 판결이 돌아가신 장씨 명예 회복을 위한 출발이 되길 바란다"며 "당시 경찰과 검찰, 국과수 전문가, 판사, 악의적 증언을 한 (보험) 설계사 등은 자신들의 잘못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은 늦었더라도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