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끊임없이 미래를 준비해 왔다. 과학의 발전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삶 면면을 변화시키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발간한 '2025 미래 과학 트렌드'는 나사(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비롯해, 인공 합성물 분해 미생물, 양자 컴퓨터의 발전 등 과학 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아울러, 폭우와 모래 부족 등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문제도 흥미롭게 다룬다.
여느 분야 못지않게 농업에서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우리 농촌은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과 지역소멸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에 볼 수 없던 이상기후와 농업재해도 해마다 반복되는 실정이다. 스마트 농업과 정밀 재배, 기후 적응형 품종과 기술 개발 등 미래를 대비하는 패러다임 구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농업 현장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품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디지털 육종이다. 전통 육종은 육종가가 수천 개의 개체를 직접 재배하며 일일이 생육 특성을 확인해야 한다. 디지털 육종은 품종 개발 모든 과정에서 유전학적 선진기법을 적용한다. 인공지능(AI)으로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함으로써 시간은 물론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 호박 등 일부 박과채소는 대량 분자표지세트를 개발해 기존 6~8년가량 걸리는 육종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생명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육종 목표에 맞는 유전자원을 신속하게 발굴하면 우수한 품종 확보에도 획기적으로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이상기상에 맞서 저온과 고온에 대응할 수 있는 작물 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병해충 방제 기술과 저장기술을 통한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배추는 폭염과 이어짓기로 인한 생산 여건 악화로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밥상 물가에 많은 영향을 주는 작목이다.
농촌진흥청은 여름철 배추의 안정적인 수급 조절을 위해 봄배추의 저장기간을 지금보다 2배 정도 긴 80~90일까지 연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고랭지에서 재배하는 여름 배추에 빈발하는 씨스트선충과 반쪽시들음병 예방을 위해서는 올해부터 토양 병해충 방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해발 400m 이상의 전국 준고랭지 지역에서 여름 배추 재배 확대를 위한 기술 실증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온난화로 인한 품목별 재배 적지 북상 등 기후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를 중심으로는 과수와 채소 등 주요 작물의 재배지 변화를 예측하고, 기후 적응성이 우수한 품종과 유망한 아열대 작물 재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올 2월 철원에 새로 신설한 북부원예시험장에서는 북부지역 적응 품종 개발과 저온 피해 발생 환경연구, 피해를 경감하는 재배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최적의 조건으로 품질과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농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시설에서는 전기, 통신 등 인프라 규격과 센서, 구동기 등 장비 간 연동을 사물인터넷 기술, 첨단 서비스로 제공하는 온실 관리 플랫폼 상용화에 나섰다. 노지 과수원에서는 무인 방제와 함께 기계를 활용한 가지치기와 꽃솎기 재배 모델을 실증하고, 유망 품목의 생육 모델과 생산 체계를 구축 중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농업 연구는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한발 앞선 선제적 대응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기후변화와 자원 부족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지금, 더 정밀한 환경 제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맞춤형 품종 개발은 우리 농업을 더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한 산업으로 성장하게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내딛는 기술 한 걸음이, 미래 세대가 누릴 지속 가능한 농업의 초석이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