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여세나 상속세는 물론 여러 방면으로 절세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가족법인'에 대한 설립과 문의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가족법인은 별도로 법적으로 존재하는 용어가 아니라, 단지 주주가 가족만으로 구성된 주식회사를 말한다. 주주구성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부 60% 자녀 20%, 혹은 부부 20% 자녀 80%이거나 아예 자녀 100%인 회사도 가능하다. 자녀만으로 구성된 법인을 '자녀법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성년자인 자녀도 주주로 올릴 수 있다. 법인의 주된 목적은 절세지만, 상속 및 증여와 같은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부분 자녀의 지분율을 높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가족법인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권이나 회계법인, 법무법인도 패밀리오피스 팀을 만들어 다양한 절세 방법을 자문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족법인을 만드는 이유는 개인과 법인에 적용되는 세율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하여 절세를 하자는 것이다. 소득에 따라 개인이 내야 하는 소득세는 6%~45%이지만, 법인에 부과되는 법인세는 9%~24%이다. 따라서 동일한 소득이 발생한다면 상대적으로 개인보다는 법인이 유리하다. 특히 고소득자일수록 차이가 크다. 또한 개인과는 달리 법인은 사업과 관련된 각종 비용을 회삿돈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가족 명의로 연예기획사를 차리는 연예인들이 많은 것이다. 다만 법인에서 발생된 소득을 주주가 갖고 가려면 상황에 따라 법인세 이외에 근로소득, 양도소득 또는 배당소득 등의 소득세가 한 번 더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법인세율이 낮다고 법인이 무조건 세금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법인의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활발하다. 이는 가족법인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 가족법인은 주로 규모가 비교적 작은 꼬마빌딩이나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지만,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부동산도 사들인다. 법원 등기정보에 따르면, 작년 12월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을 법인이 매입한 건수가 6000건이 넘는데, 지난 2023년 5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비교적 단순하다. 예를 들어, 부모가 각각 20%, 아들과 딸이 30%씩을 보유한 1억 원 자본금 회사를 만든다면, 자녀는 3000만 원의 돈을 내야 하는데, 부모가 성인 자녀에겐 5000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설립 후 은행 대출이나 부모의 대여금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다. 대출에 대한 보증은 재력가인 부모가 선다. 그리고 이 법인을 활용해 수익을 내면 기업가치도 올라가고 자녀들의 거액의 자금 출처도 확보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를 주주로 둔 가족법인은 차등배당을 한다. 차등배당이란 주주들이 지분 비율에 따라 배당을 받지 않고 대주주가 본인의 배당 일부 또는 전부를 자녀에게 몰아주는 것을 말한다. 현행 세법에서는 차등배당을 하면 소득세와 증여세를 비교해 더 큰 금액을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배당을 받아 이 돈을 나중에 자녀에게 증여하려면 배당소득세와 증여세를 이중으로 납부해야 한다. 한 가지 세금만 내면 되는 차등배당이 매력적인 절세 통로가 되는 것이다.
가족법인이 증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만약 자녀에게 대출이 없는 시가 20억원 아파트를 증여할 경우 증여세율 40%를 적용해 4억 4000만 원(일괄공제 5억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가족법인을 설립해 20억 원의 아파트를 넘기면 2억 6800만 원(취득세율 13.4%)의 취득세를 내면 된다. 부모가 최대 21억 7000만 원까지 가족법인에 무이자로 대여할 수 있어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행법상 자녀가 '개인' 자격으로 부모에게 돈을 빌릴 땐 이자(이자율 연 4.6%)가 연 1000만 원이 넘어가면 증여세가 부과된다. 즉 2억 1700만 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빌릴 수 있다. 그런데 법인은 이 무상 대여 한도를 10배 늘릴 수 있다. 법인은 연 이자 1억 원까지(대여금 21억 원) 빌려도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 자식 간 거래도 가족법인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가족법인으로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하게 되면, 오히려 취득세 폭탄을 맞는다. 법인으로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는 지역에 관계없이 12%를 적용한다. 그리고 지방교육세 1.2%, 농어촌특별세 0.2%를 포함 총 13.4%의 세금을 내야 한다. 4.6%인 개인 취득세율과 비교하면 3배가량 높다. 개인이 시가 20억 원의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취득세는 9200만 원이지만, 법인으로 사면 취득세만 2억 4000만 원을 내야 한다. 또한 법인이 내야 하는 주거용 부동산 종부세는 2주택은 2.7%, 3주택 이상은 5%를 내야 한다. 개인의 경우 다주택자는 9억 원까지 공제되고, 장기보유 세액공제 최대 80%가 적용된다. 공제 초과분의 60%에 대해서만 과세되며 세율은 0.5~2.7%다. 3주택 이상이면서 과세표준 12억 원 초과 시 최대 5%까지 세율이 중과된다. 세액공제를 고려하면 종부세도 법인이 불리하다.
이러한 가족법인이 합법적인 절세가 아니라 탈세나 편법 상속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가족법인은 한 가족을 위해 존재하는 법인이다 보니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 이를 악용해 사적으로 쓴 돈도 업무를 위해 공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법인 비용으로 처리해 개인이 내야 할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자동차 구입 비용이나 해외여행 경비는 물론 심지어는 개인적으로 주거할 아파트도 법인 자금을 사용한다. 정부가 작년부터 법인 명의 고가 자동차에 녹색 번호판을 달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조세 회피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최근에 당국에 불법으로 적발된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부모가 자녀법인에 광고료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지급하여 그 돈으로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하였거나, 보유하고 있는 강남 일대 수십 채의 아파트를 서너 개의 가족법인에 현물출자 형식으로 분산, 이전하여 사업소득을 누락하고 편법으로 증여한 경우가 있다. 또한 IT회사를 운영하여 수십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자, 별도로 1인 법인을 설립하여 허위로 컨설팅비, 외주용역비, 홍보비 등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려 초고가 아파트와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여 탈세 혐의로 적발되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아주 다양한 불법과 편법 사례들이 있다.
이렇게 불법과 편법 사례가 증가하자, 정부도 법인이 절세 통로로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가족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세금을 회피하고 편법으로 자산을 지키기 위한 법인 설립은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렇다고 주주구성이 가족들이기 때문에 별도의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최상위 부자들과 그 가족들의 자산관리를 하기 위한 '패밀리 오피스'가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단순히 자산 증식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고, 가문의 가치, 문화, 규범 등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투명한 투자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사회적 소명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존경받을 만한 패밀리 오피스가 나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