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국립자연사박물관이 필요하다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2025.05.19 02:05
(사)과학관과문화 대표, 공학박사 권기균

5월22일은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생물 종의 소중함과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 인류가 직면한 생물다양성 위기를 일깨우려고 유엔이 지정했다. 이미 지구 생물 중 100만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놓였다는 경고가 계속 나온다.

런던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특히 우리가 먹는 음식이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류는 지구 육지의 3분의1을 농지로 바꿨다. 바다도 식량창고로 삼고 있다. 전 세계 어획량의 약 3분의1이 이미 남획 상태다. 대형 해양 포식자인 참치, 청새치, 상어의 개체수는 지난 50년간 90% 이상 감소했다. 상어가 사라지면 가오리 개체수가 급증하고 그로 인해 가오리가 조개류를 과도하게 포식해 결국 조개류가 크게 줄어드는 '먹이사슬 붕괴' 현상이 나타난다. 호주 등지에서 실제 사례가 보고됐다. 인간과 가축은 지구상 포유류 전체 무게의 95%를 차지한다. 야생 포유류는 5%에 불과하다. 농작물의 3분의1 이상이 꿀벌 등 수분 매개자에 의존하지만 이들 곤충의 개체수는 전 세계적으로 급감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세계 주요 자연사박물관은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교육을 펼친다. 단순한 박제전시를 넘어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오션홀'에서 해양생태계의 복잡성과 다양한 생물의 상호작용을, '포유류전시관'에선 진화와 종의 다양성을 소개한다. '우리의 위치-사람과 자연의 연결' 전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은 '망가진 우리의 지구 고치기' 전시를 2024년부터 새로 열어 인류가 남긴 흔적과 생태계 위기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해법을 제시한다. 또 일상 속의 선택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인포그래픽과 표본, 인터랙티브 전시로 전달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둥지를 만든 새, 고래의 귀지에서 검출된 화학물질 등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인간의 소비가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스웨덴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생명의 다양성' 전시실이 핵심 공간 중 하나다. 북유럽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시구성이 인상적이다. 한쪽에선 바다 밑 생물들의 영상이 천장에 투사되고 다른 쪽에선 기후대별로 분류된 육상생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생물다양성 놀이터'에선 사슴벌레의 눈으로 숲을 바라보고 토끼의 귀로 소리를 듣는 체험도 가능하다.

자연사박물관들은 표본수집, 유전자 분석, 신종발견, 멸종위기 종 보전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으로 대중과 공유한다. 그러면서 생물다양성 위기를 알리고 연구와 교육의 허브 역할을 한다. 박물관의 생물다양성 전시는 "생물다양성이란 무엇인가" "왜 중요한가" "어떤 위협이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4가지 질문을 통해 관람객이 생물다양성 보전의 주체임을 알려준다.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엔 생물다양성연구소가 따로 있다. 과학자와 시민이 함께 곤충, 조류, 식물조사를 벌이며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본보기를 보여준다. 미국, 영국, 스웨덴 등은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중심으로 과학의 보고이자 생태시민 교육의 전당이다. 이렇게 세계의 자연사박물관들은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알리고 위기극복을 위한 교육과 연구에 앞장선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다. OECD 회원국 중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공립·사립 자연사박물관과 국립생물자원관 등이 있지만 국가 차원의 종합적 자연사박물관이 없어 전체 시스템의 '완성차' 역할을 하지 못한다. 지금은 대통령선거 국면이다. 생물다양성, 기후위기, 과학문화 기반을 이끌어갈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이 주요 공약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스웨덴 자연사박물관 생물의 다양성 전시실 동물 분류도.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