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정치권에선 이른바 '코인 포비아'가 퍼졌다. 주요언론이 김남국 전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보도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김남국 코인 게이트'가 일파만파 퍼지면서다. 이 사건은 공직자 재산누락과 이해충돌 논란과 함께 21대 국회 가상자산 전수조사로 이어졌고 18명 국회의원이 코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또 다른 공방으로 이어졌다. 사건의 중심에 섰던 김 의원은 탈당으로 내몰려 재선에 실패한 후 지금까지 재산변동내역 심사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과 법정 타툼을 벌이고 있다.
대선을 2주 앞둔 현재, 정치권의 가상자산에 대한 시각은 2년 전과 180도 달라졌다. 양대 정당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고 디지털자산 기본법(혹은 육성 기본법)을 준비하는 등 '친(親) 코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독일 캐나다 미국 스위스 홍콩 등이 허용하고 있는 가상자산 현물 ETF는 가상자산을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수월해지고 개인투자자도 주식처럼 접근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 현물 ETF 승인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효과를 거뒀다. 가상자산업계에서 대선 공약 중 가장 기대하는 내용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난색을 보인다. 현물 ETF를 도입하려면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을 금융사가 보유해야 하는데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해칠 수 있어서다. 명확하지 않은 가상자산 관련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2년전 '코인 포비아'에 떨던 정치권이 금융당국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눈앞의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대 원화가상자산거래소의 이용자는 1825만명(중복 포함)이다. 고객확인의무(KYC)를 완료한 거래가능 이용자만 970만명이다. 6개월 만에 25%가 늘었다. 이들의 표심을 고려한다면 규제보다는 진흥이 표에 도움이 된다.
트럼프 학습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글로벌 가상자산시장은 전례없는 특수를 누렸다. 트럼프 정부가 달러에 연동시킨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급증하는 미국채를 소화하는 것도 정치권이 주목하는 포인트다.
관건은 시장참여자들이 정치권의 공약을 신뢰하느냐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면 밑천은 드러난다.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그 때도 현물 ETF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토큰증권(STO) 법제화를 들고 나왔다. 충분히 추진할 역량이 있었지만 1년간 군불만 땠다는 의미다.
음지에서 양지로의 전환을 진행중인 국내 가상자산시장이 제도권 내에서 안착하려면 정치권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이 나면 모른체 하다 표가 급할 때 매달리는 방식이라면 가상자산업의 발전도 개인의 자산형성도 공염불이다. 2주 뒤 선출될 국민의 대표는 가상자산시장 활성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