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를 직접 방문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하나의 성역처럼 강조됐기에 미국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연준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제외하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미국 언론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을 강화하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는데 이미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계속 파월 의장과 연준 이사회에 모욕적인 험담과 함께 빠른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인플레이션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적기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점을 맹비난한 것이다.
참고로 1기 트럼프행정부 당시에도 연준 의장은 파월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미중 무역전쟁 및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도 계속 기준금리 인하를 종용하며 연준 의장을 맹비난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성장에 중점을 둔다. 최근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고 소비 및 주택경기 둔화 등의 징후가 나타남에도 미국 내 상대적인 고금리가 이어지며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타국과의 관세전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국 내 경제주체들의 심리둔화 등은 이런 성장둔화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에 이를 완충할 수 있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트럼프행정부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트럼프행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대규모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인데 상대적인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해당 부채에 지급하는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부채부담을 크게 높이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월가 출신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연준이 과거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틀에 갇혀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을 꼬집으며 연준발 고금리가 해소돼야 모기지 금리가 낮아져 미국 서민들의 주택거래가 원활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직접 방문했고 당시 진행된 기자회견 과정에서도 금리인하를 언급하며 압박을 이어갔기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직접적으로 흔드는 이벤트로 해석할 수 있다.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은 당시 연준 의장인 아서 번스와의 친분을 이용, 인플레이션 파수꾼으로서 연준의 기능을 무력화했으나 그 대가로 1970년대 내내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중앙은행에 금리인하를 직접 압박했고 그 결과 여전히 튀르키예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손발을 묶으면 경제주체들의 물가불안에 대한 기대가 심화할 수 있으며 이는 예상치 못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행정부의 계속되는 연준 압박, 이에 대한 연준의 대응, 그리고 물가의 향방까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