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기후변화는 '사기'다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의장
2025.08.01 02:05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의장

"기후변화는 사기다." 참 자주 듣는 말이다. 탄소세가 선진국의 음모라는 주장, 과학자들이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 위기를 부풀린다 등등. 이제 이런 이야기는 유튜브 구석 채널에서만 들리지 않는다. 회의실에서도, 국회에서도, 언론을 통해서도 들린다. 이런 음모론은 경기가 나빠질수록 더 커진다.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환경이냐"는 말이 점점 더 호응을 얻는다.

그런데 정말 이 모든 것이 사기일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기 맞다. '詐欺'가 아니라 '史記'. 우리 시대의 한심한 기록이자 부끄러운 연대기다.

물론 지구는 과거에도 기후변화의 경험이 있다. 빙하기가 오고 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다. 지금처럼 불과 150년 만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섭씨 2도 가까이 오른 사례는 없다. 사람으로 치면 하루아침에 40도의 고열이 나는 셈이다. 해열제 하나 구할 새 없이 장기가 망가지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좀 따뜻하면 좋지 않냐"며 웃는다. 폭우가 도시를 삼켜도 "이상기후인가" 하다가 금세 잊는다. 이것이 우리가 남기는 기록이다.

한편에선 '균형'을 말한다. 화석연료도 조금 쓰고, 원자력도 적당히 돌리고, 재생에너지도 깔끔하게 섞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말만 보면 온건하고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기술적으로 상호보완보다 충돌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재생에너지는 햇빛이나 바람처럼 출력이 불규칙하고 분산돼 있어 전력망이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

반면 원자력은 출력이 일정하고 조정이 느린 거대한 기계다. 하나는 유연함을, 다른 하나는 경직성을 전제로 한다. 결국 두 체계를 동시에 최적으로 운영하는 일은 극히 어렵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이 딜레마 앞에서 선택을 고민한다.

영국의 사례도 있다. 영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석탄화력을 과감히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 투자를 확대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대규모 배터리와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했고 그 결과 석탄 없이도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날이 늘었다. 에너지 전환이 이론이 아닌 실제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우리로서도 참고할 만한 경험이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게 진짜냐'는 의심을 반복하기보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함께 고민할 때다. 재생에너지는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 됐다. 기술과 비용 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재생에너지와 대규모 저장장치의 조합만으로도 대부분의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그리고 무엇보다 상식적으로도 맞는 길이다.

전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의 이동수단도 바뀌어야 한다. 내연기관차는 도로 위에서 배기가스를 뿜어내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그럼에도 전기차 전환을 늦추자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비싸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하라." 익숙한 레퍼토리다. 그러나 이는 결국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미래세대에게 더 큰 비용을 떠넘기자는 말에 불과하다. 이제는 모빌리티의 전동화에도 사회 전체의 의지를 모아야 한다. 빠르고 과감하게, 주저함 없이 나아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남기는 생각과 선택, 그 모든 흔적이 훗날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는 이 시기를 되돌아보며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의 당신들은 왜 더 빨리, 더 과감하게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기후변화는 사기다. '詐欺'가 아니라 '史記'. 우리 시대를 낱낱이 기록하는 역사다. 그리고 그 기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쓰이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가 그 역사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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