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트럼프의 '부동산 외교'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2025.08.19 02:05

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르메니아 총리와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해 평화협정에 서명하도록 중재했다. 양국은 소련이 붕괴된 후 지금껏 분쟁 중이었는데 아르메니아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작은 아제르바이잔 영토를 아제르바이잔 본국에 연결하는 회랑 설치문제가 골칫거리였다. 이번에 이 회랑을 미국이 99년간 맡아 개발·관리하는 방식으로 양국이 합의했다. 미국 '조계'가 되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은 튀르크계 이슬람 국가로 튀르키예가 후원해왔다. 반면 비(非)튀르크계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는 러시아가 후원했지만 아르메니아에 민주주의 바람이 불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기 때문에 러시아와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메니아는 미국에 접근했고 아제르바이잔은 원래 튀르키예와 함께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맺었다. 이번에 미국에 맡긴 회랑은 '트럼프 루트'로 명명됐는데 이 회랑은 산유국이기도 한 아제르바이잔을 후원국 튀르키예와 연결할 것이다. '트럼프 루트'에 철도, 도로뿐만 아니라 송유관까지 설치된다면 카스피해의 석유를 튀르키예를 거쳐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제르바이잔은 과거에는 세계적 산유국이었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도 아제르바이잔에서 석유채굴로 거부가 됐다. 훗날 아제르바이잔의 육상유전이 고갈되면서 석유산업이 쇠퇴했는데 최근 카스피해의 석유를 채굴하면서 다시 산유국으로 부상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러시아와 이란은 불쾌할 것이다. 전통적 러시아의 텃밭인 코카서스 지역에 미국이 진출하는 것이고 또 '트럼프 루트'라는 회랑은 이란 접경지역에 설치된다.

이번 '합의'에서 묘책이 하나 보이는데 바로 미국이 상업적 이해로 비무장 평화지역을 만든다는 것이다. 약소국들은 미국의 이익을 해칠 수 없기 때문에 이 지역의 평화가 보장되는 것이다. '상업적 이익의 외교적 이용'이라고도 할 이 해법을 트럼프는 여러 군데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가자지구를 '리조트'로 만들어 미국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트럼프의 말도 농담이 아닌 진지한 제안으로 볼 수 있다.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재점령하는 것은 가자주민들이 반대할 것이며, 그렇다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반대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이 가자를 리조트 휴양지로 개발한 후 미국 정부의 엄호를 받아 '사실상'의 중립지역으로 만드는 것은 가자주민들에게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전과정에서도 이러한 해법이 적용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은 트럼프가 반대해서 불가능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한 후 미국이 이 지역을 개발해 장기간 관리한다면 사실상 러시아의 침공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쩌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도 이러한 해법을 적용하려 할지 모른다. 남북한 모두 비무장지대라는, 세계에서 가장 무장된 지대로 서로를 억제하는데 미국의 상업적 이익을 사실상의 평화유지군으로 일부 활용하겠다는 방안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다. 부동산업자 출신 트럼프의 머릿속에 '부동산 외교'가 맴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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