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AI시대 공인회계사의 미래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2026.01.29 02:05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많은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가 수습기관을 구하지 못하는 '수습대란'을 겪고 있다. 회계사로 등록하고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간 실무수습이 필수여서 수년간 시험준비에 인생을 투자한 사회초년생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상실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정부가 시장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선발인원을 대폭 확대한 데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구조적 문제도 존재한다.

데이터 분석기술의 발전은 저연차 회계사가 담당하던 데이터 수집과 계산, 거래내역과 회계장부의 대사와 같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자동화했다. 또한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어 처리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계약서 내용을 분석하고 리스크를 식별하는 것과 같은 지능형 자동화 단계로 진화했다. 에이전트 AI가 본격화하면 AI가 스스로 감사업무의 일부를 수행하고 분석한 후 판단결과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회계감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

과거 저연차 회계사들이 담당한 단순 감사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대형 회계법인에 입사해 선배들에게 도제식으로 배우던 기존 수습모델은 더이상 지속되기 어려워졌다. AI를 활용해 회계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훨씬 비용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회계감사는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도구다. AI가 회계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등 정보이용자들이 AI가 재무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한 결과를 신뢰하고 믿어야 한다. 하지만 AI 알고리즘이 왜곡되거나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한 경우 해당 분석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 따라서 AI 알고리즘에 내재된 편향을 제거하고 데이터의 오류를 확인해 수정하는 것처럼 AI 윤리규정을 준수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뿐만 아니라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특정 거래가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전문적 회의주의에 입각한 판단 및 윤리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감사업무를 수행한 AI가 오류나 환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회계감사 결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AI를 활용하더라도 사람의 전문가적 판단과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

AI 시대에도 회계사는 여전히 감사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역할과 새로운 기술이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회계사가 동일한 업무를 놓고 AI와 경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감사의 품질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가 강점이 있는 부분은 AI를 활용하고 회계사는 AI가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판단을 수행하면 된다. 결국 미래에는 AI를 잘 활용하는 회계사가 그렇지 못한 회계사를 대체할 것이다. 따라서 공인회계사 선발인원 및 수습제도도 AI 시대 회계사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기술의 변화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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