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단골손님 내쫓는 '반려동물 동반입장' 규제

지영호 산업2부장
2026.03.12 05:00

'칸막이 설치, 안내문 부착, 주기적 환기, QR코드, 자가진단, 예방접종, 공기청정기 구비, 사고발생시 병원 이송, 관계기관 신고'.

얼마전 카폐·음식점에 이같은 정부 지침이 내려왔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 시설 기준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얘기다. 6년 전과 판박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공포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특정 집단에겐 적잖은 충격이다.

내용은 이렇다. 개와 고양이를 출입시키는 음식점은 식품시설에 칸막이와 울타리를 설치하고 음식물에 뚜껑 덮개를 사용해야 운영할 수 있다. 또 동물의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고(미접종시 출입금지) 동물 전용공간 등을 구비해야 한다. 이외에도 자잘한 준수사항이 한바닥이다. 규정을 위반하면 최장 20일의 영업정지를 당한다. 자영업자에겐 공포 그 자체다.

제도가 시행되자 현장은 어수선하다. 규정을 지키려는 사업자와 평소처럼 시설을 이용하려는 반려인의 실랑이가 이곳저곳에서 벌어진다. 급기야 유명 배우 출신이 운영하는 애견카페에선 다툼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났다. 온라인·모바일도 떠들썩하다. 양측의 입장에 "왜 음식점에 동물을 출입시키느냐"는 비반려인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정부가 홍보용으로 만든 유튜브 동영상에는 비난댓글이 도배됐다. 대부분 반려인과 반려동물 출입업소 사업자다. "어떻게 갈 수 있는 곳을 못가게 만들었느냐", "덕분에 단골집 발을 끊었다", "자영업자 영업정지 맞기 딱 좋은 제도"라는 성토가 이어진다. "과거로 되돌려달라"는 목소리가 제일 크게 들린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 추계 1500만명이 반려동물 양육인구다. 여기에 전국 80만개 카페 음식점 운영종사자가 제도의 영향권에 놓인다. 많은 이용자가 제도를 인지하면서 이전에는 눈감았을 법한 반려동물 동반을 이제는 허용할 수 없게 됐다.

반려동물 동반매장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2023년 4월부터 운영한 규제 샌드박스(실증을 위한 규제특례)가 시작이다. 이때부터 샌드박스에 들어온 사업자만 동반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이전에 운영해온 매장들은 엄격히 말하면 죄다 불법 사업장이었단 의미다.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브랜드 스타벅스는 반려인구 증가 트랜드를 반영해 수년전부터 반려동물 동반매장을 준비했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하거나 단속이 없는 이른바 '그레이존'이라는 판단에 따라 진출을 고심했다고 한다. 제도가 없으면 후에 위생문제나 고객간 갈등으로 비난 여론이 생겼을 때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러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된 각종 규제들을 일찌감치 적용하고서야 기회가 생겼다. 누구나 아는 브랜드라는 이유로 어떤 곳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은 당연한 얘기다. 전세계 스타벅스 반려동물 동반매장 1호 '구리갈매DT점'이 2024년 문을 연 스토리다.

그동안 규제를 받아온 스타벅스를 비롯한 샌드박스 참여 사업자와 달리 간판만 내걸고 반려동물을 입장시킨 대다수의 자영업자는 이번 제도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체험했다. 샌드박스 사업자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노력을 제도권 밖에 있는 자영업자가 한번에 따르려다 보니 마주한 충격이다.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제도권 내 사업자가 얼마나 많은 제약을 받아왔는지 드러난 셈이다.

반려동물 동반매장 음식점 기준 외에도 제도가 소비자 불편을 야기시키거나 엉뚱한 결과를 낳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기존 유통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이커머스 독점의 도화선이 된 마트 의무휴업, 새벽배송을 제한한 유통산업발전법, 상속세 회피 수단이 된 베이커리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24시간 운영 점포만 상비약 취급하는 규정으로 무약촌을 양산하는 약사법,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카페 종이빨대 의무 등은 그동안 숱하게 머니투데이가 지적해온 규제들이다. 반려동물 동반매장 갈등이 이런 규제들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사진=지영호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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