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中, 세계최초 '데이터 자산화' 시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26.04.02 02:00

최근 중국에선 '데이터의 자산화'가 화두다. 데이터를 회계상 자산으로 인정한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보수적인 회계관행을 깨뜨린 세계 최초 국가적 시도라는 점에서 중국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출발점은 2022년 12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 20조'다. 데이터의 소유권·유통권·수익권 등 데이터 3권을 분리해 데이터 자산과 데이터 거래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어 2023년 8월엔 기업 데이터 회계처리 규정을 발표했고 2024년 1월엔 중국 회계기준인 CAS(Chinese Accounting Standards)에 의해 데이터의 회계장부 반영을 공식화했다.

물론 초기단계여서 이 제도를 채택한 기업 수는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증가속도는 빠르다. 시행 첫해인 2024년 3월엔 상장·비상장사를 포함해 20여개사에 불과했지만 2025년 6월엔 283개사, 올해 3월엔 400~500개사(추정)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정부는 왜 이런 정책을 선택했나. 시장에선 기업과 지방정부의 재무위기를 돌파하려는 '재무적 레버리지' 확보전략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역에 따라선 부동산 담보가치가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부동산이 많은 기업과 지방정부는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치가 폭락한 땅 대신 가치가 오르는 데이터를 자산으로 인정하면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자금줄도 확보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한마디로 치밀한 생존전략이라는 평가다.

둘째, AI 경쟁력의 핵심 기반인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데이터를 회계장부에 적으려면 데이터의 가치평가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데이터 거래 및 평가산업의 활성화, 나아가 데이터 경제와 AI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것이란 판단이 깔렸다. 글로벌 디지털 패권경쟁에서 '표준선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유럽 등이 데이터 규제에 집중할 때 중국은 데이터를 국가 전략자원으로 규정, 제도화함으로써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어떤 산업과 기업들이 대표적인가. 누구보다 데이터를 대량으로 보유한 통신과 IT산업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다. 예컨대 중국의 3대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은 각각 1억5000만~3억4000만위안(약 3000억~6000억원) 규모의 데이터를 무형자산으로 공시했다. 전력, 교통 등 공공서비스 분야도 적극적이다. 대표 기업으론 방대한 전력 사용 및 교통데이터를 보유한 국가전력망공사, 중국철도총공사를 꼽는다. 이외에 중국공상은행, 안방보험과 같은 금융업계, 앤트그룹 등의 빅테크들도 '데이터의 자산화'를 시도 중이다.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데이터라는 자산을 활용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란 점에선 대단히 긍정적이다. 특히 자산이 부족한 혁신 기술업계엔 '데이터의 자산화'가 성장을 돕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 가치평가의 주관성, 데이터의 복제 가능성 등은 정교하게 풀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왜냐면 자칫 데이터 버블이나 새로운 형태의 분식회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이 주목할 관전포인트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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