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현대가 울산으로 간 이유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
2026.04.13 14:32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

경상남도 울산은 한국 최대의 공업지역 중 하나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있다. SK그룹의 에너지, 화학 계열 회사들도 울산에 있다. 울산은 항만 조건이 양호한 동시에 그에 연한 해안의 평지가 넓은 장점이 있다. 항구의 수심도 깊어서 대형 선박이 드나들기 쉽다.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에 최적이다. 정부가 울산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들을 모았다.

1960년대에 정부가 지정한 몇몇 전략기지 중 울산은 1962년에 울산공업센터 중화학공업 기지로 지정됐다. 부산도 후보지였는데 이미 인구가 많았고 항만이 다 조성돼 있어서 새로운 공업시설을 유치할 여력이 없었다. 조선, 정유, 자동차가 연관산업들이어서 울산에서는 종합단지가 가능했다. 1968년에 포스코의 포항이 부상하기 전까지 한국 최대의 공업단지였다.

'백사장 사진 한 장'의 신화를 만든 현대중공업의 조선소가 1972년에 기공됐고 1974년 첫 선박을 출하했다. 현대자동차와 SK이노베이션이 합류하면서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뤄졌다. 서로 연계되면서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정부도 도로, 항만, 전력, 용수 등 기반시설을 뒷받침했다. 노동력이 유입됐고 지역이 빠르게 성장했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터를 잡은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배를 짓는 회사인데 조선에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이 겨울철의 눈이라고 한다. 울산은 한반도에서 눈이 가장 덜 내리는 지역이다. 태백산맥 때문에 눈비가 줄어드는 이른바 비그늘 효과와 동해안의 기후적 특성 덕분이다.

눈이 많이 내리면 우선 옥외 작업에 큰 지장을 준다. 나아가 눈이 건조 중인 배 안쪽에 쌓여서 얼어버리면 난감해진다. 지금은 공정의 상당 부분이 실내로 들어와 있지만 초창기에는 그렇지 않았고 대형 선박의 건조는 불가피하게 옥외 작업이 대부분이었다. 얼어버린 눈을 녹이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빗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눈비로 작업이 지연되면 건조가 지연되고 건조가 지연되면 도장을 비롯한 공정이 지연돼 납기에도 문제가 생긴다. 도장은 습기가 없는 상온의 후판에 적용해야 한다. 작업자들이 눈에 미끄러질 수 있는 안전 문제도 크다. 눈이 도크를 얼어붙게 하면 완성된 선박이라도 움직일 수 없어서 인도가 지연된다.

그런데 이제는 눈과 기후조건이 아니라 인구와 인력이 울산의 문제가 되고 있다. 울산의 인구는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2020년에 약 113만 명이던 것이 2024년에는 약 11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청년층의 유출인데 산업은 양호하지만 청년들의 정착에 필요한 환경이 그렇지 못하다. 조선과 자동차에 주로 의존하는 산업구조도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 더해서,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는 한반도 동남권 전체의 추세도 있다.

당장은 외국인 숙련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울산형 광역비자가 활용되고 있지만 노동계가 달갑지 않아 한다. 외국인 인력은 2025년 기준 4300명 정도다. 이들 중 약 2%가 광역비자를 가지고 있다. 기존 비자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되는데 광역비자는 광역지자체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비자를 설계해 지역 경제와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국가 이민정책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한 전망에 따르면 울산지역은 2050년경에는 약 80만 명까지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대표 대기업들이 있어서 일자리가 충분할 뿐 아니라 조선산업의 경우 인력난마저 겪고 있는데도 청년층이 부족한 특이현상은 교육과 문화 인프라가 충분치 못해서다. 울산대학교가 그 점에 도움이 될 방법을 찾고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연구해 보면 좋겠다.

울산에는 비수도권 최고 병원인 951병상의 울산대학교병원도 있다. 당일 방문 CT와 MRI 검사로 유명한 병원이다. 빠른 치료와 수술이 가능해 지방 병원이 지역의 최종 의료를 책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고의 병원이 꼭 대도시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최고의 병원인 메이오클리닉은 인구 약 12만 명인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있고 다음으로 치는 클리블랜드클리닉도 인구 약 36만 명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있다. 뉴욕이나 LA에서 멀리 떨어진 이 병원들에 비하면 울산대병원의 접근성은 비교할 수 없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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