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에 1억" 아이돌 섭외에 돈 '펑펑'...학생은 뒷전, 달라진 대학 축제

"30분에 1억" 아이돌 섭외에 돈 '펑펑'...학생은 뒷전, 달라진 대학 축제

김서현 기자, 최문혁 기자, 박상혁 기자
2026.05.31 07:00

[기획]대학 축제의 가격표 (上)

[편집자주] 대학 축제가 바뀌고 있다. 주인공은 학생에서 '아이돌'로 재편된 지 오래다. 섭외 경쟁으로 수억원대로 뛴 섭외비를 메우기 위해 캠퍼스 곳곳은 기업 홍보 부스로 채워진다. 학생증 거래와 암표도 횡행하고 있다. 대학 축제를 둘러싼 상업화 실태와 달라지는 캠퍼스 문화의 현재를 짚어봤다.

"에스파 부르면 1억?" 학생회비 '영끌'...대학 축제 '아이돌 섭외' 전쟁

대학 축제 에스파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학생들의 모습./사진=유튜브 캡쳐.
대학 축제 에스파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학생들의 모습./사진=유튜브 캡쳐.

대학 축제의 '아이돌 섭외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라인업이 곧 학교 체급'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한 결과다. 일부 대학은 축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연예인 섭외에 쏟아붓는다. 유명 가수 섭외에 학생회비 대부분을 사용함에 따라 다른 행사나 학생 복지 증진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주요 대학들의 축제 예산은 1억~4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연예인 섭외비 비중이 40~80%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축제에 연예인 섭외비가 '억 단위'로 투입되는 셈이다.

서울 소재 A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을 많이 부르다 보니 축제 예산의 80% 정도를 연예인 섭외비로 지출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소재 B대학은 올해 축제 전체 예산 4억원 가운데 1억7000만원을 연예인 섭외에 편성했다. 또다른 서울 소재 C대학 역시 전체 예산 3억원 가운데 약 40%를 연예인 섭외에 썼다.

가수 출연료뿐 아니라 섭외 수수료 부담도 작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은 전문 대행업체를 통해 연예인 섭외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대행 수수료는 섭외비의 10% 안팎으로 책정돼있다.

서울 소재 D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대학가에서 섭외 대행사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필수 절차"라며 "학생 수요조사를 토대로 원하는 연예인을 정한 뒤 조건이 맞는 대행사를 찾아다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섭외 대행업체 스타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연예인 섭외 단가는 △톱급 K팝 그룹(4세대 메인) 6500만~1억2000만원 △중견 K팝 그룹(3세대 정상권) 3500만~5500만원 △신인 K팝 그룹(데뷔 1~3년) 1200만~250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파 같은 인기 아이돌의 경우 기본 섭외비가 1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대학 축제는 학생 대상 행사라는 상징성과 홍보 효과를 고려해 일반 행사보다 30% 정도 할인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축제 연예인 섭외 단가/그래픽=이지혜
대학 축제 연예인 섭외 단가/그래픽=이지혜

◇"학생회비 90% 투입"…협찬 적으면 부담도 가중

학생 자치와 참여의 상징이었던 대학 축제가 '아이돌 라인업' 경쟁 구도로 바뀌면서 학생회비 대부분이 축제에만 쓰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학 축제 예산은 △학교 부담의 교비 △재학생이 내는 학생회비 △기업 등으로부터 받는 협찬금 등으로 마련된다. 과거에는 졸업생이나 지역 상인 등의 외부 후원도 일부 있었지만 최근에는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가수 섭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학생회 부담도 커진다. 경기도 소재 E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가용 예산이 많지 않아 1학기 학생회비의 90%를 학교 축제에 투입했다"며 "이월금과 예비비 등 남는 예산도 최대한 끌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협찬을 많이 유치한 대학은 상대적으로 학생회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B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올해 축제 예산에 학생회비는 4분의 1 수준인 800만원을 투입했고 기업 협찬으로 약 1억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기업 협찬이 많아지면 축제 상업화 우려도 커진다. 하지만 학생회는 학생들의 기대 수준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C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 입장에선 학교에서 연예인을 볼 기회가 적다 보니 기대치가 높다"며 "적은 축제 예산을 가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옆 대학축제는 유명 걸그룹 온대"...협찬사 모시고 '학생 부스' 밀린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의 축제 현장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의 축제 현장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대학 축제에서 유명 가수 섭외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이 학생회는 기업 협찬을 구하느라 분주해졌다. 한정된 예산으로 섭외비와 무대 설치비를 감당해야 하다 보니 외부 후원 없이는 축제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기대를 맞추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축제 기간 캠퍼스가 기업 홍보 부스와 브랜드 행사로 채워지며 대학 축제의 상업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지난 27일 봄 축제가 막을 올린 서울 한양대 캠퍼스에는 기업 홍보 부스가 줄지어 들어섰다. 입장권을 배부하는 장소 옆에서는 'GD(지드래곤) 맥주'로 입소문을 탄 데이지에일 부스가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부스 관계자가 "신분증만 확인되면 바로 받아갈 수 있다"고 안내하자 학생들은 줄지어 차례를 기다렸다.

캠퍼스에 홍보 부스를 차린 기업들은 총학생회가 축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유치한 협찬사들이 대부분이다. 기업 협찬금은 축제에 참여하는 연예인 섭외 비용에 쓰인다. 기업은 체험 행사와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의 축제 모습. 협찬을 한 기업들의 홍보 부스가 차려져 있다./사진=김서현 기자.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의 축제 모습. 협찬을 한 기업들의 홍보 부스가 차려져 있다./사진=김서현 기자.

◇"기업 협찬 위해 400~500통씩 메일"…축제 예산 협찬비로 충당

다른 대학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총학생회 관계자들은 연예인 공연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가 큰 만큼 유명 가수를 섭외하기 위해 기업 협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축제 시즌이면 대학별 라인업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며 '어느 학교가 더 화려한가'가 화제가 되는 상황을 학생회가 외면하기 어렵다.

서울 소재 A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기업 협찬을 유치하기 위해 400~500개의 메일을 보내면 15개 안팎의 협찬사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렇게 확보한 협찬비 중 80% 정도를 연예인 섭외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 라인업이 학우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어 섭외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B대학 총학생회 간부도 "연예인 섭외 경쟁이 점점 심해지다 보니 부담이 확실히 있다"며 "학생들 기대가 크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전체 축제 예산 3억원 가운데 약 2억원을 기업 협찬비로 충당하고 있다"며 "축제 공식 SNS에 링크를 올려 협찬사를 모집하고 기업에 직접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과 기업 홍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본래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학과 공연과 동아리 무대, 학생 주점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유명 가수 공연과 기업 협찬 부스가 축제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대학생 김모씨(26)는 "확실히 기업 부스가 눈길이 더 가고 살펴보게 된다"면서도 "학생들 부스는 뒷전으로 밀린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기대하는 연예인 공연을 없애기는 어렵다"면서도 "축제 기간 일부를 동아리 부스처럼 학생 중심 프로그램에 할애해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도 제품 홍보에 그치기보다 학생들의 역량과 창의성을 끌어내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향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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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기자

사회부 기자입니다

최문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최문혁 기자입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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