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를 담당하는 유통·식품 기업이 고유가와 고환율의 압박을 전방위로 받고 있다. 밀·옥수수·식용유, 포장재까지 수입하는 구조에서 유가 급등은 곧 공장 가동비와 물류비 급등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원가 절감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표는 이미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뛰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8년 2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수입물가는 통상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재 가격으로 전이된다. 2011년 '아랍의 봄' 위기 당시 소비자물가가 단 1년 만에 4%대까지 치솟았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라 전달(2.0%)보다 상승폭이 확대되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재정경제부가 유가 상승·환율 불안·내수 둔화를 들어 8개월 만에 다시 '경기 하방 위험' 신호를 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르무즈 해협 상황은 불확실성을 한층 가중시킨다. 이란 외무부가 휴전에 맞춰 개방을 선언했다가 강경파 군부의 반발 등 극심한 내분으로 하루 만에 전격 재봉쇄로 돌아서는 등 '시계 제로'다. 미국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해상 작전 확대를 검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설령 당장 항로가 다시 열린다 해도, 그 사이 치솟은 유가와 운임이 남긴 공급발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는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다. 가격 통제만으로는 이 파고를 넘을 수 없다. 억누를수록 반작용은 더 클 것이다.
정부는 한계에 몰린 기업들에게 가격 억제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 비용에 대한 한시적 세제 조정과 물류 부담 완화 등 외부 충격을 분산할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취약 계층을 겨냥한 추경예산의 신속한 집행과 현장 밀착형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