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가입할만 한가[투데이 窓/반영은]

반영은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2026.05.15 02:00

2021년 뉴딜펀드 연 수익률 2.37% 불과
세제 혜택 있지만 돈 묶이고 손실 가능성
당국, 정교한 설계와 투명한 집행 필요해

정부 주도로 향후 5년간 15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가 닻을 올렸다. AI, 반도체, 로봇 등 미래 전략 산업에 대규모 모험자본을 공급해 국가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정책 자금이 움직일 때마다 자본시장과 국민들 사

이에서는 늘 근본적인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면 왜 민간이 아닌 정부가 나서는가?" 혹은 "민간이 외면할 만큼 수익성이 없다면 왜 국민의 세금을 쏟아붓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이다.

정책금융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보 비대칭이 크고, 투자 회수 기간이 너무 길어 민간 자본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마중물을 부어 물꼬를 트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다. 여기서 흔히 발생하는 오해는 정책금융이 공익을 앞세워 수익성을 도외시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수익이 기대되지 않는 분야에 자금을 넣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보조금'에 불과하다. 수익성 없는 투자는 정책금융의 정당성을 해치고, 자본 시장에서 효율적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하며, 지속가능하지 않다.

투자자가 내 돈을 맡길 때 고려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수익성, 손실 방어, 그리고 세제 혜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다. 세금 혜택은 수익이 나야만 비로소 의미를 갖는 사후적 보상이다. 5년간 돈이 묶이고, 손실이 20%를 초과하면 그 부분은 온전히 투자자 몫

이다. 또한,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추가적인 상승가능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정부의 손실 우선 흡수'라는 당근책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일지는 미지수다.

과거 '뉴딜펀드' 추진 당시의 해프닝이 떠오른다. 당시 금융당국자가 사용한 "사실상 원금 보장 효과에 가깝다"라는 표현은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위험하고 모호한 마케팅이었다. 정책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리스크를 가리거나 낙관론을 파는 행위는 결국 시장의 신뢰

를 무너뜨린다. 국민의 돈을 다루는 정책 상품이라면 낙관에 근거한 홍보보다 구조에 대한 정직한 설명이 앞서야 한다.

더욱 깊게 들여다봐야 할 지점은 '수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에 대한 우려다. 국민의 세금으로 리스크를 감내했는데, 그 결실은 일부 기업이나 특정 단체에 집중되고 손실만 사회 전체가 떠안는 구조라면 어느 국민도 동의하기 어렵다. 정책 프로젝트마다 관행적으로 제시되는 수조 원 단위의 '경제적 효과'가 도대체 누구의 관점에서 산출된 것인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 검증하고 공개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사회적 수익 계산이 투명하지 않으면 정책자금은 손실을 미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새만금 잼버리부터 수많은 정책 프로젝트의 '장미빛 경제적 효과'를 들어왔지만, 나중에 구체적인 근거나 사후 성과 보고서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출시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청산 결과, 일반 국민의 연평균 수익률은 2.37%에 그쳤다. 재정 지원을 걷어낸 자펀드 10개의 실제 평균 수익률은 0.75%에 불과했다. 문재인·윤석열 두 정부가 조성한 뉴딜펀드·혁신성장펀드 합계 21조 원 가운데 실제 집행된 금액은 10조1천억 원으로 비율로는 48%에 그쳤다. 목표 규모를 앞세워 조성에는 성공했지만 절반도 투자하지 못한 채 종료된 셈이다.

정책금융은 민간 금융을 구축(Crowd-out)시키는 돈이 아니다. 시장이 아직 가지 못한 길을 먼저 닦아, 민간 자본이 그 위를 마음껏 달릴 수 있게 만드는 돈이다. 따라서 정책 설계자들은 "정부가 손실을 먼저 본다"는 문구보다 "왜 이 분야는 지금 민간만으로는 부족한가, 그리고 그 부족함을 어떻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메울 것인가"를 먼저 설득해야 한다. 이번 국민성장펀드가,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관계없이, 설계의 정교함과 집행의 투명성을 끝까지 유지해 국민의 재산을 성장시키는 소중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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